美 '인신매매퇴치 영웅'에 선정된 첫 한국인 고명진 센터장 "성매매방지법 10년…피해 양상 재조명 필요"

입력 2014-06-23 20:56   수정 2014-06-24 03:52

10대 가출 청소년 24시간 상담


[ 전예진 기자 ] “한국의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노력하라고 준 상인 것 같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올해의 ‘인신매매퇴치 영웅’으로 선정한 고명진 다시함께상담센터장(44·사진)의 수상 소감이다. 이 상은 세계 188개국의 인신매매 현황과 퇴치 노력을 조사한 뒤 이에 기여한 인사 10명에게 주어진다. 고 센터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 수상자로 선정됐다. 10대 가출 청소년을 위한 24시간 상담센터를 설치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 국무부는 “고 센터장은 1만여명을 상담하면서 청소년들을 성매매와 매춘의 위험에서 보호했다”고 평했다. 고 센터장은 “한국은 2001년 인신매매 평가에서 최하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됐지만 민관의 노력으로 2002년부터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성과들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지난 10여년간 성매매 업소를 찾아다니며 피해 여성을 상담하고 이들의 인권보호와 자활을 위해 법률 및 의료 지원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성매매를 반인도적이고 불법적인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와 싸워야 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고 센터장은 “청량리 영등포 등 현장 상담에서 성매매 업주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협박, 조롱을 이겨내야 할 때가 많았다”며 “성매매 척결에 앞장서야 할 경찰과 공무원 등 정부 관계자들까지 우리가 하는 일을 부정적으로 볼 때 좌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가 아직도 척결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센터장은 이를 위해 성매매 피해 실태를 알리는 가이드맵을 제작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는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라며 “10년 전과 지금의 다른 피해 양상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쇠창살로 감금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매매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폭력보다 보이지 않는 빚으로 위협하는 금전적 통제가 더 무섭죠. 이런 진상을 알리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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