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나 국정 정상화 가능
7·30 재보선이 분기점 될듯
[ 도병욱 기자 ]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국정운영 정상화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로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될까 우려스럽다”고 24일 말했다.
○내각 구성했지만 국정운영 지연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민관 유착의 고리를 끊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추진하고 이를 새 총리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또 올 하반기부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위해 최측근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박 대통령의 당초 구상대로라면 다음달부터 총리와 기재부 장관이 각각 관피아 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문창극 후보자 사퇴로 이런 구상이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새 총리 후보자 선정과 사전 검증, 발표, 국회 인사청문회, 임명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등의 과정을 거치는 데도 약 1개월이 필요하다.
국정 정상화는 8월에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정 총리가 당분간 내각에 남을 예정이지만, 이미 사의를 표명한 ‘시한부 총리’의 지휘 아래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는 불가능하다는 게 여권 내 지배적 시각이다.
일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라도 한다면 국정 정상화는 더욱 미뤄진다. 박 대통령은 이날 최 후보자를 비롯한 고위공직자 8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해 국회로 보냈지만, 야권은 이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
○“별도 기관 통해 사전 검증을”
총리 후보자가 잇달아 낙마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퇴직 후 고액 수임료를 받은 이른바 ‘전관예우’ 논란으로 낙마했는데, 청와대가 기초적인 재산 형성 내역을 검토하지 않았거나 사전 검증에서 ‘합격점’을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와대 자체만으로는 인력이나 정보 등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청와대 밖에 중앙인사위원회와 같은 기관을 통해 철저한 사전 검증 기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 후보자가 지명되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청와대가 곤혹스러워 하는 부분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화 여론조사(신뢰 수준 95%±3.1%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부정 평가(48%)가 긍정 평가(43%)보다 많았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7·30 재·보궐선거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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