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태형 기자 ]
21세기를 대표하는 기기 중 하나인 자동차는 비행기, 건축 등과 더불어 첨단 기술과 세련된 디자인, 안전 의식이 동시에 구현돼야 하는 분야다. 기술과 예술 감각, 인본주의가 어우러져야 하는 최고의 제품인 자동차는 어떤 방식으로 광고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기아자동차의 ‘해변을 달리는 차’ 광고는 고전적인 방식을 택했다. 수많은 광고가 쏟아지는 시장에서 보수적인 스타일의 튀지 않는 광고는 자칫 지루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즉흥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닌 자동차와 같은 고가 상품에는 점잖은 광고, 신뢰감을 안겨주는 광고가 오히려 구매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해변 달리는 차’는 자동차 광고에서 떠올릴 수 있는 바람직한 이미지를 모두 활용한 종합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기술력과 아름다움, 안정성을 모두 표현하려고 하면 산만하고 머리에 남지 않는 광고가 될 우려가 있지만 ‘해변을 달리는 차’ 광고는 한국을 대표한다는 이미지까지 깔끔하게 담아내는 마술을 부린다.
우선 배경으로 바닷가를 택한 게 돋보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야 바닷가를 달리는 자동차를 멋지게 지켜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모래사장이 있기나 할까’라는 의문에서부터 ‘바닷물에 젖었으니 세차에 신경 써야겠군’ 하는 실리적인 고민까지 하게 되는 것이 자동차를 보유하거나 보유할 이들의 심정일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해변을 달리는 차’ 광고가 대신해주며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가’, ‘해와 구름이 걸린 하늘’이라는 탁 트인 풍광에 배율 변화를 줬다. 하늘과 바다가 3 대 1, 2 대 2, 1 대 3 비율로 바뀌면서 각각 태양, 바다, 길이 주어가 되는 내레이션과 일치시킨다. 그 배경 속을 달리는 자동차도 원거리와 근거리에서 조용히 달리다 바닷물을 가르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그에 따라 카메라 움직임도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그림으로 바뀐다.
바닷가를 달리는 자동차라는 기본 콘셉트 위에 다감하고 안정적인 여성의 내레이션이 자막과 함께 깔린다. “태양은 빛나기를 멈추지 않는다.” “바다는 모험을 멈추지 않는다.” 밝고 항구적인, 그래서 고마운 자연 현상과 안정적으로 오래 달리는 아름다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쉼없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그리고 비로소 자동차가 달려야 할 길에 대한 내레이션과 자동차를 움직여야 할 사람이 등장한다. “길은 나아가길 멈추지 않는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기아자동차 로고의 운동복을 입은 이상화 선수가 유연하게 질주하는 모습과 기아자동차 로고가 선명한 자동차 바퀴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삽입된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를 기아자동차 홍보 대사로 선정하고 광고에 출연시킨 것만큼 좋은 조합이 있을까.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이 자동차의 본능이고, 빙판을 빠른 속도로 질주해야 하는 것이 스케이트 선수의 목표다. 더구나 이상화 선수는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도 관심이 많은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번쩍이는 조명 아래서 환호에 미소로 답하며 운동복 지퍼를 살짝 내리는 이상화 선수. 이어 분홍색의 단정한 옷차림으로 운전하는 행복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최고란 멈추지 않기에 위대한 것이다”란 내레이션에 이어, 강하고 분명한 남성 음성으로 “놀라움을 멈추지 마라. 기아 자동차”로 마무리된다.
자동차나 스케이트 종목 모두 코너에서 질주 본능과 안정성이 판가름나는 특성을 감안해 원을 그리듯 부드러운 움직임을 잘 살린 광고다. 무겁지 않은 음악으로 광고 자체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해준 점도 돋보인다. 광고를 보는 내내 “저렇게 멋진 광고를 찍은 곳은 어딜까?” 궁금해 하던 드라이버의 의문에 답해주는 ‘백령도 사곶’ 자막은 작은 ‘팁’ 같다.
옥선희 < 영화· 방송 칼럼니스트 >
광고에 담긴 의미 ‘최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끊임없는 도전정신·혁신의지 표현
기아자동차는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 꼽힐 만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역동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역동성과 활력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기아차에 스포츠 마케팅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기아차 관계자는 “스포츠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열정과 도전정신, 땀을 흘리며 느껴지는 활력과 역동성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기아차가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감동과 일맥 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2010년부터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스포츠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2010년 동계올림픽에선 이규혁,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 선수를 모델로 기업의 도전 정신을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2010년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도 공식 후원사로서 이청용 선수를 모델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도 치밀한 전략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끊임없이 고객을 놀라게 한다’는 의미를 이상화 선수의 올림픽 2연패 도전과 연결해 ‘놀라움을 멈추지 마라’라는 콘셉트로 올림픽 전과 올림픽 기간, 올림픽 후 등 3단계 캠페인을 기획해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홍보 업계에서는 이번 소치 올림픽 캠페인을 통한 기아차의 홍보효과가 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상화 선수가 언론에 나올 때마다 기아차의 사명과 로고가 빠지지 않고 함께 노출됐다.
올림픽 이후 진행되는 3단계에서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 선수가 다시 등장하는 광고를 선보이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다짐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기아차 관계자는 “최고의 자리에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도전하는 이상화 선수의 모습이 기아자동차 브랜드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다”며 “파워와 스피드를 토대로 강인한 정신력을 자랑하는 이상화 선수는 기아자동차처럼 역동성을 중요시하는 젊은 브랜드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제작스토리 K5·이상화 선수 경주 영상, 이 선수 발랄한 매력 발산…조회수 40만 폭발적 반응
인터넷 포털에서 이상화 선수를 검색하면 K5가 연관검색어로 뜬다. 지난 2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시즌에 “K5 터보와 이상화 선수가 50m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이란 제목의 바이럴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이상화 선수와 K5의 바이럴 영상은 광고회사 직원들의 긴급회의로 시작된다. 자신이 세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신기록을 계속 갈아치우는 이상화 선수는 과연 얼마나 빠를까. 그들은 이 선수에게 기아자동차 터보와 50m 달리기 대결을 제안한다. 한 달 후 K5 터보와 이 선수의 경기가 시작된다.
바이럴 영상의 백미는 무엇보다 배우가 아닌 이 선수 연기의 어설픔과 ‘대박!’ 등 공식 인터뷰에서는 듣기 힘든 발랄한 20대 여성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이다.
바이럴 영상은 약 4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특히 4일 만에 조회 수 10만건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다.
기아자동차는 단순히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에서 멈추지 않고 사람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더하기 위해 36초 댓글 이벤트를 기획했다. 또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 중 1명을 선발해 직접 소치를 방문, 이 선수에게 응원 책자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 브랜드의 즐겁고 신나는 이미지를 더 강화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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