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처음 본 남자에게서 아는 남자의 향기가 난다.'</p> <p>얼마 전, 한 모바일 게임 업체와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이상하게 인터뷰이가 낯익었다. 분명 처음 만난 사람인데, 꼭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었다.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요?'라며 슬쩍 작업용 멘트를 던졌지만, '아니요.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난 것 같은데요'라는 단호박 같이 단호한 멘트가 돌아왔을 뿐이다.</p> <p>그러다가 사무실로 돌아와 인터뷰를 정리하던 중, 인터뷰이의 프로필을 보고 무릎을 쳤다. 예전에 인터뷰를 했던 사람과 분위기가 비슷해서 착각했던 것이다. 기자는 지금까지 대략 180건이 넘는 인터뷰 기사를 작성했다. 3일에 한번 꼴로 새로운 사람을 만난 셈이다.</p> <p>게임이 많은 큰 회사의 경우 자연스레 여러 명을 만날 수밖에 없었는데, 재밌는 것은 같은 회사 사람의 공통적인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마다 이미지는 또 다르다. 회사의 분위기 탓인지, 괜한 여기자의 사심 가득한 마음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판교에서 사원증을 보지 않고도 '저 사람은 왠지 00사일 것 같아'라며 짐작했을 때, 명중률은 약 70% 정도 되었다.</p> <p>이번주 레알겜톡은 철저하게 '주관적인' 각 회사별 남자 직원들의 이미지를 다룰 생각이다. 마음 같아서는 여직원도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180여명의 인터뷰이 중 여자는 열손가락 안에 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임사 이름만 말해도 기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그려보았다.</p> <p>■ '넥슨'은 위트남, '엔씨'는 차도남</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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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근석, 영화 '아기와 나' 중 |
먼저 첫 타자는 넥슨이다.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방학 직전 쏟아지는 행사의 대부분은 넥슨이 주최하기 때문에 그 어느 회사보다 넥슨 직원을 많이 만났다고 자신할 수 있다. 대체로 '넥슨'하면 깔끔하고 재치있는 스타일의 남성상이 떠오른다.</p> <p>짧은 머리는 왁스로 깔끔하게 위로 세우고, 워싱이 살짝 들어가고 핏이 딱 맞는 청바지에 빨간 니트를 입고, 흰색 가죽 소재의 신발을 신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막걸리 안주로 무슨 전을 고를까 고민할 때 슬쩍 와서 '마영전 어때요?'라며 위트있는(?) 농담을 던질 것 같다.</p> <p>기자가 만난 넥슨 개발자들은 체크무늬 남방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는 통념을 깨고, 중요한 행사의 경우 남자라도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와 뽀송뽀송한 외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왠지 유부남일 것 같다. 지금까지 만난 넥슨인들은 슬프게도 대부분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반짝거렸기 때문이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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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중 |
두 번째는 엔씨소프트다. 엔씨는 사옥 회사 느낌부터 게임 회사보다는 고급스런 백화점 같은 느낌이다. 장난스럽기보다 고급스럽게 장식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왠지 엔씨인들은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 같은 느낌이 있다.</p> <p>전체적으로 선이 얇고, 쌍꺼풀 없는 시크한 눈에, 파란 남방과 까만색 면바지, 발목이 살짝 보이는 단화를 신고 무심한 표정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남자가 떠오른다. 하지만 알고 보면 순수한 면이 있어서, 갑작스럽게 귀여움을 발산할 것 같다. 꼭 얼마 전 '블레이드 앤 소울'의 비무제 경기 때 깜짝 등장한 김택진 대표의 환한 미소가 기억에 남아서는 아니다.</p> <p>■ 'NHN엔터'는 스냅백의 꾸러기, '넷마블'은 마이의 댄디남</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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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드래곤, 2013년 월드투어 중 (출처=지드래곤 페이스북) |
NHN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엔씨소프트와는 정반대의 느낌이다. 회사 로비부터 알록달록 화사하고, 누가 봐도 게임회사다.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은 회사 앞에 삼삼오오 모여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한다.</p> <p>인터뷰이 역시 개발자든 PM이든 끼가 넘치는 스타일이라 아직도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인지 스냅백 모자를 쓰고, 커다란 티셔츠와 넉넉한 핏의 청바지를 입고, 화려한 운동화나 특이한 아이템을 장착한 활발한 꾸러기 스타일의 남성상이 떠오른다.</p> <p>실제로 NHN엔터테인먼트 1층에서 기사 쓰는 것을 좋아하는 기자는 개성 넘치는 옷차림을 한 직원들을 종종 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 계열로 깔맞춤을 한 정열적인 남성도 보았고, 북실북실하고 커다란 아프로 파마에 귀여운 캐릭터 후드티를 입은 사람도 기억에 남는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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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주완, 영화 '인간중독' 시사회 중 |
넷마블의 경우, 큰 게임사 중 거의 유일하게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탓인지, 판교에서 만난 게임 개발자들과는 약간 느낌이 다르다. 캐주얼한 정장차림을 하고, 게임사 특유의 자유로움은 신발에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한 센스있는 댄디남의 이미지다.</p> <p>실제로 넷마블에서는 카라가 있는 마이를 입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출근시간 엘리베이터 앞에 얌전한 색의 싱글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p> <p>물론 개발사에서는 자유분방한 옷차림을 볼 수 있었지만, 간담회에서는 무조건 양복이다. 더운 여름, 짧은 반바지와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백팩을 메고 행사장에 참석한 기자는 양복으로 쫙 빼입고 온 넷마블 관계자들을 보면서 '다음 넷마블 행사 때는 오피스우먼이 되리라'고 다짐하기도 했다.</p> <p>■ 건실한 대학생 '
컴투스'와 남성미 넘치는 상남자 '
게임빌'</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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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중기, 영화 '늑대소년' 중 |
컴투스와 게임빌의 경우, 같은 회사(?) 다른 느낌이다. 컴투스의 이미지는 파마머리를 하고, 긴팔 까만 쭉티에 청바지를 입고 수줍게 웃는 건실한 청년의 느낌이라면, 게임빌의 경우 커다란 어깨를 가진 무뚝뚝한 경상도 상남자가 떠오른다.</p> <p>지하철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으면 옆에 서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가 내릴 때쯤 '게임을 좋아하시나 봐요'라며 수줍게 웃는 남자가 컴투스라면, 게임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며칠 뒤 '길 가다 주웠다'며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담긴 종이가방을 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컴투스는 워낙 만났던 인터뷰이가 젊고 순수한 개발자들이 많았고, 게임빌은 주로 남성 타겟의 게임을 개발하는데다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은 무뚝뚝한 개발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p> <p>물론 이 모든 느낌들은 절대적으로 기자의 주관이 가득 담긴 이미지다. 따라서 회사의 직원이 아니라 그 회사가 주는 막연한 이미지 때문에 드는 느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듯, 완전히 틀린 느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p> <p>더불어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개인적인 취향을 살짝 전하자면 넥슨의 위트와 엔씨의 순진함과 NHN엔터의 자유분방함과 넷마블의 센스에 더불어 컴투스의 젊음과 게임빌의 남성미가 뭉친 남성상이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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