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외이사=거수기'라는 오해

입력 2014-06-25 20:35   수정 2014-06-26 05:30

"'권력집단화·영혼없는 거수기' 비난
이사회 메커니즘 몰라 비롯된 것
낙하산 인사부터 없애는 게 순서"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객원논설위원 chom@korea.ac.kr >



사외이사와 관련해 두 가지 상반된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는 KB금융그룹 사외이사들의 ‘권력집단화’에 관한 논란이다.

최근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임명과 재선임에 영향력을 가진 지주사 회장의 뜻에 따라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은행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임 지주사 회장 시절 ING생명 인수와 관련해서도 지주사 사외이사들이 회장과 대립하면서 경영 효율성을 저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로 인해 KB금융그룹은 사외이사의 권력집단화 및 남용의 표본으로 비난받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권력남용 논란과는 정반대인 ‘사외이사=거수기’ 비난이다. 최근 새로 지명된 경제수석과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기업의 사외이사 재직 시 이사회 출석률도 저조하고 의안에 찬성한 비율이 100%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거수기 사외이사 논란이 다시 촉발되고 있다.

그럼 과연 사외이사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기업 내 권력집단인가 아니면 영혼 없는 거수기인가? 이 두 시각은 모두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그룹 사태와 관련, 과연 사외이사들이 잘못한 것일까. 사외이사의 가장 큰 역할은 경영진에 대한 균형 잡힌 조언과 견제다. 이사들이 판단컨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에는 제동을 거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KB금융그룹에서 벌어진 경영진과 이사회의 갈등은 어떤 측면에서는 사외이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권력집단화 비난은 너무 나간 것이다.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주장 또한 문제가 있다. 이사회의 안건 찬성률이 100%에 육박한다는 점을 그 논거로서 제시하지만 이는 이사회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데서 오는 오해다. 좋은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들은 이사회 개최 1주일쯤 전, 이사들에게 안건에 관한 사전설명을 따로 한다. 이사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이사회 안건에 대해 실무진을 따로 만나 깊이 있는 설명을 듣고 이에 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사전설명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고 지적된 안건들은 본 이사회에 상정되지 않고 폐기되거나 문제점이 보완돼 상정되기 때문에 실제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것은 이사들에 대한 사전설명이 부족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 의안 찬성률로 사외이사를 평가하는 것은 좋은 잣대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활동 중인 많은 사외이사들은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충실히 수행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일부 사외이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거수기로 비난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을 권력집단 혹은 거수기 등으로 집단 매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이런 집단적 매도는 경영진에 대한 조언과 견제라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인 것이다. 개별 사외이사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이들이 이사회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비판하는 것이 사외이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외이사들도 사외이사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도 근시안적 시각으로 사외이사 관련 법령을 고치기보다는 한국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의 근본 문제인 ‘낙하산 인사’를 해결하고 제대로 된 최고경영자(CEO) 승계 시스템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도입된 지 15년이 돼가는 사외이사제가 제대로 정착돼 우리 기업과 금융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객원논설위원 cho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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