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노란 팔찌 차고 학교로
친구엄마 보자 "미안해요" 울음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
희생자 가족·학생 눈물의 호소
[ 윤희은 기자 ]
“OO이 오랜만이네, 고맙다. 고생했어…. 울지 말고.”
먼저 간 친구의 엄마가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안자 한 여학생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라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희생자 어머니는 이 학생을 끌어안고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멀리서 지켜보던 생존 학생의 부모들도 조용히 눈가를 훔쳤다.
지난 4월 세월호에 탑승해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학생 73명이 사고 71일 만인 25일 학교로 돌아왔다. 흰색 셔츠에 남색 하의. 교복 차림은 사고 전과 다름이 없었다. 상당수 학생들은 ‘리멤버 0416(remember 0416)’이라고 쓰인 노란색 팔찌를 차고 있었다. ‘세월호 사건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한 사회적 기업이 제작한 팔찌다. 희생자 가족들이 회사 측에 150개를 요청했고, 이 중 73개를 학생들이 나눠 받아 자발적으로 착용한 것이다.
생존 학생들은 그동안 안산중소기업연수원에 머물며 심리치료를 받아왔다. 등교가 예정된 시간에 맞춰 희생자 가족 50~60명이 교문 앞에 마중을 나왔다. ‘사랑한다’, ‘고맙다’는 내용의 노란색 플래카드를 든 희생자 가족도 있었다. 한 희생자 부모는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대견함으로 직접 플래카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전 8시30분께 학생들을 태운 3대의 버스가 교문 앞에 들어섰다. 부모의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상기된 모습이었다. 교사의 품에 안기거나 학교 이곳저곳을 쳐다보며 재잘거리는 학생도 있었다. 들뜬 기분도 잠시,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희생자 가족들을 발견하자 학생들은 현실의 무게감을 느낀 듯 숙연해졌다.
생존 학생 학부모 대표인 박석순 씨(43)가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가 국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아이들은 살아남은 사람으로서의 몫을 해내기 위해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선택했다”며 “아이들의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은 만큼,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웃거나 더 많이 울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생존 학생 대표로 나선 단원고 2학년 남학생도 준비한 편지글을 읽었다. 이 학생은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으로 인해 많이 지쳐 있다”며 “우리 모두는 사고 이전 원래의 생활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을) 끊임없이 기억하고 추억할 것이며, 그들을 잊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을 이어나가던 이 학생은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혀질 때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를 잊지 말아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편지글을 읽는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차례로 희생자 가족들 앞으로 다가갔다. 희생자 가족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인 채 굳어 있거나 눈물만 흘리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희생자 가족들은 학생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끊임없이 “괜찮다”, “울지 말라”고 달랬다. 한 희생자 어머니는 자식의 친구를 끌어안다가 통곡하며 주저앉기도 했다. 학생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간 뒤 교문 앞엔 일부 희생자 가족과 교사들이 남았다.
생존 학생을 맞이한 단원고의 교문 위에는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인 노란색 대형 현수막이 불어오는 바람을 버텨내고 있었다.
안산=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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