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공항·용인 경전철·88올림픽 고속도로…"정치 입김에 만든 공항·도로 모두 실패"

입력 2014-06-26 21:22  

'페이고'로 나라곳간 지키자 - 자유경제원 세미나


[ 이태명 기자 ] 2001년 정부는 중국·일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적으로 경북 울진공항을 짓기로 했다. 한 해 전 한국교통연구원이 ‘울진공항을 지어도 1일 이용객은 50명에 불과할 것’이란 보고서를 냈지만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여기엔 당시 집권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경상도 표심을 끌어안으려는 정치적 배경이 있었다. 1300여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울진공항의 하루 이용객은 270명. 결국 울진공항은 2010년 민간조종사 양성훈련소로 용도가 바뀌었다.

경제적 타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적 이유만으로 도로·공항·철도 등 주요 교통기간망 투자를 결정하는 일이 잦아 막대한 재정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유경제원은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교통분야 정치실패’ 사례를 진단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손의영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공항과 도로는 왜 만들어졌을까’란 주제발표를 통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교통 인프라 투자 실패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까닭은 경제적 타당성보다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정치 실패’에 의한 투자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88올림픽 고속도로를 꼽았다. 그는 “1984년 개통한 이 고속도로는 통행량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영호남 지역감정을 해소한다는 정치적 이유로 추진되다 보니 개통 30년이 지난 지금도 통행량이 전국 고속도로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경북 문경의 이화령 터널, 용인 경전철, 부산~김해 경전철, 울진공항, 무안공항 등도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 중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원주~강릉 철도, 동남권 신공항 등도 경제성보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사업 계획단계에서 진행하는 사전 타당성 조사에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교통 인프라 총투자비의 일정액을 지방정부에 의무 부담시키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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