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번 美 델라웨어大 교수
美 에너지절감채권 조성…공공기관 전력비용 아껴
한국도 SEU 모델 만들면 GCF 재원 마련 도움
[ 허란 기자 ]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들어선 인천 송도에 역외금융센터를 설립해 민간자본이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세금 혜택이 주어지는 ‘에너지 절감형 녹색채권’ 등이 거래된다면 송도가 ‘글로벌 녹색금융 허브’가 될 수 있을 겁니다.”(이찬근 인천대 교수)
인천 송도를 글로벌 녹색금융과 투자 중심지로 조성하기 위한 국제 세미나가 ‘창조경제를 위한 글로벌 녹색투자시장 조성전략’을 주제로 26일 국회에서 열렸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미국 델라웨어대 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의 존 번 석좌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가 참석한 이 세미나는 국회 지속가능경제연구회 대표인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국가재정연구포럼 대표인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판 SEU채권 도입해야”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번 교수는 GCF는 물론 한국의 녹색투자 사업모델로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절감연계채권(SEU채권)을 제안했다. 번 교수는 델라웨어대 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를 이끌고 있으며, 200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SEU채권은 델라웨어주 등이 에너지 효율 및 절감 계약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공공기관과의 에너지 절감 계약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에너지 절감 계약이 이행돼 이익이 남으면 성과급을 주는 방식이다.
번 교수는 “델라웨어주는 2011년 8월 기준 12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600억원 상당의 에너지 절감 보장 계약을 맺었다”며 “에너지 효율을 담보로 발행된 채권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평가에서 미국 국채와 같은 신용등급인 AA+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GCF도 다국적 다자간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SEU 같은 새로운 금융기법을 만들어 내야 하고 한국이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대표해 GCF 이사를 맡고 있는 유광열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은 “한국판 SEU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얼마든지 GCF의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강철준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GCF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미국·중국·일본 정부의 돈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며 “탄소거래세의 1~2%를 GCF 기금으로 조달하게 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후금융 역외센터 추진해야”
이날 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한국은 GCF 유치로 녹색산업의 중심지로 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공공자금과 민간자본이 우수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느냐가 창조경제로 이어지는 핵심 고리”라고 강조했다.
이찬근 교수는 “기후금융에 특화된 역외금융센터를 송도에 설립해 민간자본이 GCF 재원 조달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거주자 간 거래시 세금 및 규제 혜택이 있는 역외금융센터를 설립하면 중국의 에너지 감축 사업자들이 송도에 법인을 세우고 절세형 녹색채권 및 펀드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영준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룩셈부르크가 20년 전 UCIT라는 유럽펀드 거래를 선점한 뒤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에 육박하는 경제 성과를 달성했다”며 “중국 자본을 활용해 GCF가 제대로 기능을 한다면 송도는 글로벌 녹색투자 허브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선진국이 GCF 재원조달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송도에 역외금융센터를 설립하는 문제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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