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DTI·LTV 규제 풀어야 하나

입력 2014-06-27 20:49   수정 2014-06-28 05:26

[ 이현진 기자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최 후보자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두고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DTI와 LTV를 부동산 시장에 남아있는 마지막 규제로 꼽는다. 장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선 꼭 풀어야 할 과제라는 주장이다. 지난 2월 임대소득 과세 강화 방안이 발표된 뒤 주택 거래가 크게 위축되자 DTI 등의 규제 완화 요구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DTI와 LTV 완화 영향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들 규제를 풀어 부동산 시장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이미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금융시스템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금융규제 완화 찬성론을,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반대론을 펼쳤다.

찬성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정책…침체된 부동산 경기 살려야"

마지막 남은 주택금융 '족쇄' 손봐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첫 번째 경제정책 목표로 부동산 시장의 회생을 내세우며 주택 금융 관련 규제 완화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자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주택금융 규제의 실익을 두고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께부터 이어진 부동산 침체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떠올리게 한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는 경제 참여자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내수 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최 후보자의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시장회복의 실마리를 부동산 시장의 회생에서 풀겠다는 얘기다.

금융감독 당국은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담으로 주택 금융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데 어려움을 밝히고 있다. 한국의 가계대출 규모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크게 위험한 정도는 아닐 수 있다. 다만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다소 관심을 기울일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경제 전체의 성장동력이 크게 낮아진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마냥 손 놓고 앉아서 가계소득이 저절로 늘어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처럼 금융위기를 직접 경험한 선진국에서도 저금리 대책 등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을 신속히 회복시킨 사례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진다는 금융감독 당국의 우려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아서 적절한 정책수단을 조합한다면 금융시스템 안정성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현재 연체율이 0.85%로 어느 대출보다 안전한 상품이다. LTV가 60% 수준인 경우 집값이 같은 비율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부실채권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실제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은 담보물건의 구상권(상환청구권) 행사로 회수된 자금이 채권가액에 미치지 못하는 범위에서 인정된다. 적절한 LTV를 유지한다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는 상황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 금융회사들에 적용되는 LTV는 80% 수준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아 금융권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에 비해 최근 도입된 DTI는 선진국에 비해 다소 높게 설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DTI는 차입자의 소득에 비해 상환해야 하는 부채 비율을 뜻한다. 기업금융의 이자보상배율과 마찬가지로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DTI가 느슨한 배경에는 높은 LTV를 허용해주는 데 따른 보완적 기제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주택시장 과열기에 설정된 현재의 기준들은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목적만으로는 다소 과하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남아있는 마지막 카드인 주택금융 관련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택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이 같은 대책이 침체된 시장에 어느 정도 온기를 불어 넣어 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주택시장 관련 규제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규제를 손본다는 차원에서 시장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다만 LTV와 DTI의 완화가 미치는 영향이 소득 계층별로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반대 "가계부채 큰폭 증가 부작용…금융시스템 안정성 해칠 것"

LTV·DTI 수준 선진국과 큰 차이 없어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매우 중차대한 문제인데도 쉽게 말을 꺼내거나 논의하기 어려운 주제를 뜻하는 말이다. ‘방 안의 코끼리’와 같다는 이유에서 언급을 꺼려왔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최근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LTV와 DTI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

하지만 이는 그렇지 않아도 위험 수위에 있는 가계부채 규모를 늘릴 뿐만 아니라 이미 취약해진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더 악화시켜 경제의 거시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LTV와 DTI의 전면적인 규제 완화가 현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첫째 LTV 규제 완화는 장기적으로 가계대출을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시킨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KDI의 경제전망 보고서 ‘LTV가 거시경제 미치는 영향(2014)’에 따르면 LTV가 50%에서 60%로 확대될 경우 주택가격은 0.7% 상승한다. 이에 반해 GDP 대비 가계대출은 2%포인트(작년 기준 약 29조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가계부채(가계대출 잔액 기준) 규모는 2012년 말 현재 906조원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60%를 초과했다. 같은 시점에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수준을 이미 상회하고 있다.

LTV 규제 완화가 가계의 취약한 재무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거시경제 안정성 전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충분히 제기될 만하다. 특히 단기·거치식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구조이면서 변동금리가 대부분인 나라들에서 신용규제 완화는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온다는 해외의 실증분석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둘째 한국 주택대출의 실제 평균 DTI는 35% 정도다. 미국 35~45%, 일본 30~35%, 캐나다 42% 등과 비교해 볼 때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DTI 적용 시 10년간의 미래소득을 인정해 주거나 은퇴연령의 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대책 등으로 DTI 규제가 더 완화돼 적용되고 있다. LTV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LTV 규제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하는 데 실제 차입이 이뤄진 담보대출의 LTV는 58.5%로 역시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셋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다른 주요 선진 국가들이 심각한 주택시장 침체 경기하강을 경험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금융위기 이전의 LTV 규제와 DTI 도입이 큰 기여를 했다.


이런 논거들을 종합해 보면 지금 LTV와 DTI 규제 완화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지나치게 복잡한 LTV 관련 규제는 합리적으로 단순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건전성이 높은 은행권에 대해서 오히려 낮은 LTV 비율이 적용되고 있다. 비은행권으로 가계대출이 확산되는 현상을 교정하기 위해 규제 합리화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수도권의 부동산가격이 급등할 당시에 도입됐던 LTV 규제의 지역별 차등화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금융서비스의 하나인 기존의 적격대출(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실질적인 LTV 완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홍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컨대 수도권 지역의 LTV 한도는 50~60%지만 적격대출은 예외를 인정받아 70%까지 대출받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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