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0차례 슈퍼태풍
벽 두께 1m 달하는 돌집 거주
전통방식으로 고기잡이
'필리핀판 갈비찜' 아도보 일품
바타네스라는 곳이 있다. 필리핀 최북단, 루손섬과 대만 사이에 있는 10개의 섬으로 이뤄진 제도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지라고 손꼽히는 곳으로, 필리핀 사람들은 여기를 ‘세상의 끝’이라고 부른다.
태풍의 섬…1만8000명 거주
바타네스는 필리핀이지만 필리핀 본 섬보다 대만과 더 가깝다. 맑은 날이면 대만이 보인다고 한다. 마닐라에서 850㎞ 떨어져 있는 바타네스는 필리핀 사람들조차 쉽게 갈 수 없는 땅이다. 마닐라에서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여행하는 것보다 3배 정도 비용이 더 들기 때문. 서쪽으로 남중국해, 동쪽으로는 태평양, 북쪽으로는 바시 해협과 마주하고 있다.
섬에는 1만8000명 정도가 사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급자족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서로 물물교환을 하며 살았고 시장이 생긴 건 2005년이다. 그런데 이 시장조차 시장이라고 부르기에 좀 민망한 수준이다. 넓이는 165~200㎡ 남짓. 과일과 채소, 공산품 몇 가지를 놔두고 있다. 마을 최고 번화가는 300~400m 정도.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옷가게와 채소가게, 철물점, 구멍가게 등이 늘어서 있다.
바타네스가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태풍이다. 바타네스는 태평양 연안에서 불어오는 태풍의 길목에 놓여 있다. 또한 바타네스 주변은 수많은 태풍이 만들어지는 진원지이기도 하다.
독특한 형태의 고기잡이 ‘플라잉 네트’
태풍이 많다 보니 건축양식도 독특하다. 태풍에 견디기에 알맞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바닥을 깊게 파고 벽을 쌓아올린다. 석회암으로 지은 돌집은 벽의 두께가 1m에 달한다. 집 지하실에는 태풍에 대비해 가축과 식량을 저장하고 사람이 대피할 수 있는 방공호가 만들어져 있다. 문과 창문을 모두 태풍이 오는 방향을 등지고 낸 것도 이채롭다.바타네스에서는 아주 독특한 고기잡이 방식을 볼 수 있다. 바닷가에서 길다란 장대 두 개를 든 남자가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파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물을 던지는 것이었다. 태풍이 올 때에는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작은 그물 낚시로 조업을 대신한다고 한다. ‘플라잉 네트’라고 부르는 고기잡이 방식인데, 그물을 브이(V)자 모양으로 만들어 바다를 향해 힘껏 던진 다음 재빨리 걷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걸로 작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쥐노래미 같은 작은 물고기를 잡아 튀겨 먹는다.
갈비와 비슷한 ‘아도보’ 일품
필리핀 하면 아도보를 빼놓을 수 없다. 아도보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돼지고기나 닭고기에 간장, 식초, 설탕, 월계수 잎 등을 더해 조린 스튜 요리의 일종인데 우리의 갈비찜과 맛이 비슷하다. 오랜 시간 은근한 불에 조리기 때문에 고기가 부드럽고 식초가 들어 있어서인지 새콤한 맛이 난다. 운이 좋았던지 나빴던지 바타네스에서 태풍과 맞닥뜨렸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슈퍼 타이푼’이라며 창문을 꼭꼭 걸어 잠근다. 태풍은 무시무시하다. 밤새 하늘이 울부짖는 듯하다.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사놓은 맥주를 홀짝이며 이 작은 섬이 태풍에 쓸려나가지 않기를 비는 것뿐.
아침이 되자 태풍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골목은 태풍이 지나간 흔적으로 어지럽다. 나뭇잎과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다. 기둥이 부러진 나무도 있다. 도로 옆에 서 있던 나무전봇대도 부러져 불타고 있다.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은 태연하다. 모닝빵을 파는 아이는 ‘빵 사세요’를 외치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뛰어다니고, 빗자루를 든 아낙들이 태연하게 어지러운 골목을 쓴다. 바타네스 사람들에게는 태풍도 일상이다.
여행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필리핀항공 등이 인천~마닐라를 운항한다. 마닐라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40분을 가면 바타네스에 닿는다. 21일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화폐 단위는 페소(P)다. 1페소는 30원 정도. 달러도 쓸 수 있다. 바타네스는 6~10월이 건기이고 11~5월은 우기다. 우기라도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정도라 여행에 지장은 없다.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트럭을 개조한 버스인 지프니와 택시, 트라이시클을 이용한다. 지프니는 정해진 경로를 순환하다 손님이 원하는 장소에 내려준다.
바타네스(필리핀)=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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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두께 1m 달하는 돌집 거주
전통방식으로 고기잡이
'필리핀판 갈비찜' 아도보 일품
바타네스라는 곳이 있다. 필리핀 최북단, 루손섬과 대만 사이에 있는 10개의 섬으로 이뤄진 제도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지라고 손꼽히는 곳으로, 필리핀 사람들은 여기를 ‘세상의 끝’이라고 부른다.
태풍의 섬…1만8000명 거주
바타네스는 필리핀이지만 필리핀 본 섬보다 대만과 더 가깝다. 맑은 날이면 대만이 보인다고 한다. 마닐라에서 850㎞ 떨어져 있는 바타네스는 필리핀 사람들조차 쉽게 갈 수 없는 땅이다. 마닐라에서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여행하는 것보다 3배 정도 비용이 더 들기 때문. 서쪽으로 남중국해, 동쪽으로는 태평양, 북쪽으로는 바시 해협과 마주하고 있다.
섬에는 1만8000명 정도가 사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급자족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서로 물물교환을 하며 살았고 시장이 생긴 건 2005년이다. 그런데 이 시장조차 시장이라고 부르기에 좀 민망한 수준이다. 넓이는 165~200㎡ 남짓. 과일과 채소, 공산품 몇 가지를 놔두고 있다. 마을 최고 번화가는 300~400m 정도.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옷가게와 채소가게, 철물점, 구멍가게 등이 늘어서 있다.
바타네스가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태풍이다. 바타네스는 태평양 연안에서 불어오는 태풍의 길목에 놓여 있다. 또한 바타네스 주변은 수많은 태풍이 만들어지는 진원지이기도 하다.
독특한 형태의 고기잡이 ‘플라잉 네트’
태풍이 많다 보니 건축양식도 독특하다. 태풍에 견디기에 알맞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바닥을 깊게 파고 벽을 쌓아올린다. 석회암으로 지은 돌집은 벽의 두께가 1m에 달한다. 집 지하실에는 태풍에 대비해 가축과 식량을 저장하고 사람이 대피할 수 있는 방공호가 만들어져 있다. 문과 창문을 모두 태풍이 오는 방향을 등지고 낸 것도 이채롭다.바타네스에서는 아주 독특한 고기잡이 방식을 볼 수 있다. 바닷가에서 길다란 장대 두 개를 든 남자가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파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물을 던지는 것이었다. 태풍이 올 때에는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작은 그물 낚시로 조업을 대신한다고 한다. ‘플라잉 네트’라고 부르는 고기잡이 방식인데, 그물을 브이(V)자 모양으로 만들어 바다를 향해 힘껏 던진 다음 재빨리 걷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걸로 작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쥐노래미 같은 작은 물고기를 잡아 튀겨 먹는다.
갈비와 비슷한 ‘아도보’ 일품
필리핀 하면 아도보를 빼놓을 수 없다. 아도보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돼지고기나 닭고기에 간장, 식초, 설탕, 월계수 잎 등을 더해 조린 스튜 요리의 일종인데 우리의 갈비찜과 맛이 비슷하다. 오랜 시간 은근한 불에 조리기 때문에 고기가 부드럽고 식초가 들어 있어서인지 새콤한 맛이 난다. 운이 좋았던지 나빴던지 바타네스에서 태풍과 맞닥뜨렸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슈퍼 타이푼’이라며 창문을 꼭꼭 걸어 잠근다. 태풍은 무시무시하다. 밤새 하늘이 울부짖는 듯하다.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사놓은 맥주를 홀짝이며 이 작은 섬이 태풍에 쓸려나가지 않기를 비는 것뿐.
아침이 되자 태풍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골목은 태풍이 지나간 흔적으로 어지럽다. 나뭇잎과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다. 기둥이 부러진 나무도 있다. 도로 옆에 서 있던 나무전봇대도 부러져 불타고 있다.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은 태연하다. 모닝빵을 파는 아이는 ‘빵 사세요’를 외치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뛰어다니고, 빗자루를 든 아낙들이 태연하게 어지러운 골목을 쓴다. 바타네스 사람들에게는 태풍도 일상이다.
여행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필리핀항공 등이 인천~마닐라를 운항한다. 마닐라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40분을 가면 바타네스에 닿는다. 21일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화폐 단위는 페소(P)다. 1페소는 30원 정도. 달러도 쓸 수 있다. 바타네스는 6~10월이 건기이고 11~5월은 우기다. 우기라도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정도라 여행에 지장은 없다.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트럭을 개조한 버스인 지프니와 택시, 트라이시클을 이용한다. 지프니는 정해진 경로를 순환하다 손님이 원하는 장소에 내려준다.
바타네스(필리핀)=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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