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동북아 '외교지도' - 치열한 '국익전쟁'
한국, 美 - 中 사이 균형외교 큰 과제
中, 정상회담서 '北 비핵화' 명시 주저
[ 전예진 기자 ]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동북아시아에 복잡한 외교안보 지형이 형성될 전망이다. 시 주석이 중국 지도자가 취임 이후 북한을 먼저 방문하던 관례를 깨고 한국을 단독으로 방문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게 적지 않다. 중국이 전통 우호국인 북한과 거리를 두고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의 방한 이후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북한 간 새로운 외교안보 구도를 연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과 밀착하는 중국
한·중 관계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현 정부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중시하고 북한을 경시하는 ‘중한경조(重韓輕朝)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아시아회귀정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과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영토를 놓고 대립하는 일본을 견제하려는 속내가 숨어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미국과 일본이 군사 공조를 통해 중국을 위협하고 있어 한국을 ‘우호세력’으로 묶어두는 게 중국으로선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한·중 관계가 가까워지는 동안 북한은 일본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납치자 문제 재조사에 합의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반대로 북한과 중국 관계는 소원해지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해 5월 최용해 특사 방중과 7월 리위안차오 부주석 방북 이후 고위층 왕래가 중단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지도부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핵 실험 등 군사적 모험주의에 불쾌해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29일 직접 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도했다.
한국은 다가오는 중국과 전통 동맹국인 미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적절히 구사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시진핑, 서울 방문으로 메시지를 보내다’라는 사설에서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것은 중국군이 아니라 미군”이라며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대신 미국과 멀어진다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한국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면 상당한 전략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한국의 장기 전략적 과제는 강력해지는 중국의 위성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온도차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중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4차 핵실험 같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다면 전제조건 없이 6자 회담을 재개하자고 주장해 왔다. 대화의 문턱을 낮추고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어 나가자는 것이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먼저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북한 비핵화 추진’ 문구를 명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회담 이후 발표문 등에서 ‘4차 북한 핵실험 반대’를 명문화할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시 채택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의 반대로 ‘북한’이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고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표현하는 데 그쳤다. 북한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한국, 美 - 中 사이 균형외교 큰 과제
中, 정상회담서 '北 비핵화' 명시 주저
[ 전예진 기자 ]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동북아시아에 복잡한 외교안보 지형이 형성될 전망이다. 시 주석이 중국 지도자가 취임 이후 북한을 먼저 방문하던 관례를 깨고 한국을 단독으로 방문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게 적지 않다. 중국이 전통 우호국인 북한과 거리를 두고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의 방한 이후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북한 간 새로운 외교안보 구도를 연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과 밀착하는 중국
한·중 관계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현 정부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중시하고 북한을 경시하는 ‘중한경조(重韓輕朝)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아시아회귀정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과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영토를 놓고 대립하는 일본을 견제하려는 속내가 숨어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미국과 일본이 군사 공조를 통해 중국을 위협하고 있어 한국을 ‘우호세력’으로 묶어두는 게 중국으로선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한·중 관계가 가까워지는 동안 북한은 일본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납치자 문제 재조사에 합의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반대로 북한과 중국 관계는 소원해지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해 5월 최용해 특사 방중과 7월 리위안차오 부주석 방북 이후 고위층 왕래가 중단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지도부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핵 실험 등 군사적 모험주의에 불쾌해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29일 직접 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도했다.
한국은 다가오는 중국과 전통 동맹국인 미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적절히 구사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시진핑, 서울 방문으로 메시지를 보내다’라는 사설에서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것은 중국군이 아니라 미군”이라며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대신 미국과 멀어진다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한국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면 상당한 전략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한국의 장기 전략적 과제는 강력해지는 중국의 위성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온도차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중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4차 핵실험 같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다면 전제조건 없이 6자 회담을 재개하자고 주장해 왔다. 대화의 문턱을 낮추고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어 나가자는 것이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먼저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북한 비핵화 추진’ 문구를 명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회담 이후 발표문 등에서 ‘4차 북한 핵실험 반대’를 명문화할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시 채택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의 반대로 ‘북한’이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고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표현하는 데 그쳤다. 북한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