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윤) 지난 6월초 LG는 그룹 채용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하반기 공채부터 직무별 특화된 전형을 도입키로 했다. 가령 마케팅 직무는 인턴십, 해외영업 직무는 영어면접, 소프트웨어 직무는 코딩 테스트 등을 평가하는 식이다. LG 관계자는 “각 직무 역량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올 3월 이공계만 공채하고 인문계 출신은 상시채용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현대차는 상시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인사·홍보·총무 분야 합격자를 지난달 초 발표했고, 해외영업·마케팅·상품·경영지원 분야는 지난달 말 발표했다. 기아자동차도 채용의 다양성을 위해 1년 365일 상시채용을 하겠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기업의 채용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과거엔 학력, 학점, 토익성적 등 스펙이 뛰어난 인재를 뽑는 채용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엔 직무적성 적합성과 역량을 보고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고 있다. 또한 신입보다 투자대비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이 늘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은 최근 400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상반기 채용 특징’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20.3%(복수응답)가 “경력직 채용 증가”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 선호, 중소기업 기피(17.8%) △채용규모 감소(14.8%) △스펙대신 인성평가 강화(9.5%) △인턴·상시통한 정규직 채용 확산(13.3%) 등으로 나타났다.
윤흥수 SK인재육성위원회 부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내외 환경으로 인해 신입사원 채용도 뽑아서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스위치형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 ‘일 잘하는 인재’ 채용…삼성 ‘1박2일 면접’ 도입
SK그룹은 지난주 SK그룹이 ‘일 잘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지난해 처음 도입한 ‘바이킹 챌린지’ 인턴 대상자 40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바이킹챌린지는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졸업시기만 지원서에 기입한뒤 바이킹 오디션과 면접을 통해 인턴십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SK는 전체 인턴의 10%를 바이킹 챌린지를 통해 선발하면서 공채와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30명의 인턴을 선발해 이 중 10명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했는데 올해는 10명을 늘렸다. SK 채용관계자는 “바이킹 챌린지를 통해 뽑은 신입사원들의 업무 적응도와 만족도가 높아 올해는 최종 합격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올 상반기에 중국 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 5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중국 현지에서 4주간 인턴 과정과 국내 정기 공채 면접을 통해 최종선발됐다. 박현 롯데백화점 인사팀장은 “중국인을 잘 알고 언어가 되는 ‘중국통’을 키워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는 인재투자”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 3월에는 국내 동시통역 어학우수인재 초청설명회도 개최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업종별, 직군별 특화된 방식을 도입했다. 디자인 직군과 제일기획 광고직은 실기 테스트를 통해 디자인과 제작 역량을 평가하고 소프트웨어 직군은 프로그램 코딩 시험을 채용과정에 도입했다. 또한 금융권 입사에선 면접을 한층 강화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직무역량 면접을 하루 또는 1박2일로 확대해 영업직군에 필요한 역량과 열정, 협동심 등을 체계적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10일 인턴 합격자 120명을 발표한 LG유플러스는 3일부터 5주간 인턴십과 최고경영자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류전형 없앤 공기업 지원자 크게 늘어
공기업들은 채용에서 스펙 초월 전형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부터 서류전형을 전면 폐지하고 직무능력 기반 지원서를 바탕으로 직무능력평가와 면접을 통해 뽑고 있다. 채용 진입단계의 장벽을 없애자 지원자들이 3배 이상 늘었다고 채용 관계자는 밝혔다.
지난해 일반전형과 스펙 초월 전형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스펙 초월 합격자의 58.8%가 일반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사람이었다.
스펙 초월 채용 바람은 올해도 불었다. 한국마사회는 채용 전형 1차에서 스펙 초월 소셜리크루팅을 통해 필기시험 대상자를 선발했다. 기존 서류전형의 학점, 어학점수 등 스펙을 배제하고 지원자에게 미션을 부여해 그 미션과제만으로 서류 합격자를 선발해 필기시험 자격을 줬다.
6월초 채용을 한 한국조폐공사도 홍보, 사회공헌, 영업직무에서 스펙 초월 전형을 도입했다. 조폐공사측은 25명을 뽑는 채용에서 2735명이 지원해 109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채용 트렌드가 직무와 상시채용 중심으로 바뀌면서 채용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희석 서강대 취업센터장은 “공채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뽑는 시대는 지났다”며 “저학년 때부터 진로 계획을 세워 하고 싶은 직무에 대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근면 전삼성전자 인사담당 임원은“저학년일수록 지금 당장 인기있는 회사와 직무보다 졸업후 그리고 입사 후 각광받을 직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자신의 적성을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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