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대는 중국이 과연 통일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 하나에 집약된다. 북한 핵문제에 주목할 것인지 한반도 핵문제에 주목할지는 중국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그 질문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동북아 평화번영은 단순한 우호친선의 레토릭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역사 진보에 대한 책임의식을 공유하고, 호혜적이며 대등한 선린 우방국으로 가는 파트너십의 정립이 관건이다.
그러나 점점 패권적 중국이라는 이미지가 높아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구상인 동북아개발은행과 중국이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갈등 문제만 해도 그렇다. 기존의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 체제가 나름의 역할을 해왔던 것이 그간의 경과다. 전후 아시아 금융질서를 흔들 수도 있는 새로운 질문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지금 중국은 묻고 있다. 중국의 의도는 충분히 짐작된다. 이미 동남아의 친중 국가들에서 배서를 받아온 만큼 한국도 끌어들이자는 전략일 것이다. 명분도 좋다. 그러나 먼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진지한 답이 있어야 한다. 미국과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더욱 그럴 것이다.
FTA 외에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라든가 빈번한 지식재산권 침해 같은 경제 현안도 그런 맥락에서 진일보한 해법이 나오길 바란다. 서해의 중국 어민 문제도 다를 것이 없다.
국빈으로 초청한 만큼 시 주석 일행을 마음으로부터 환대하자. 그러나 언어의 인플레만 높아가는 관계는 지양할 때도 됐다. 꼭 1년 전 베이징에서의 회담을 돌아보면 반성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소한 문제들이 줄을 이었다. 공동회견장에서 박 대통령은 구겨진 A4 용지를 펼쳤고, 통역은 발음조차 알아듣기 힘들었다. 공동성명에서는 ‘인문유대’라는 생뚱한 중화적 단어가 등장했고 중국 측이 건넨 족자의 내용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한국 측은 이런 점까지 염두에 두면서 각별히 긴장하기 바란다. G2로 덩치는 커졌다지만 중국은 국제적으로 아직 선진 보편국가는 아니다. 법치와 인권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긴 친구로 나아가려면 서로가 솔직해야 한다. 환대하되 오버하지 말고, 다가서되 의연한 관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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