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접한 관계' 국가에 내각 판단따라 무력 행사
[ 서정환 기자 ]
일본 정부가 1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국무회의(각의)에서 결정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리다.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행사할 수 없다’는 과거 스즈키 젠코 내각의 해석을 33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뀌면서 동북아 안보 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모호한 발동 요건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 결정을 통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일본과 밀접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본적으로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필요한 최소한의 실력(무력) 행사라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명백한 위험’이라는 말 자체가 모호해 정권의 판단에 따라서는 일본이 타국 간 전쟁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해석된다.
교도통신은 “1954년 자위대 발족 이후 유지해온 전수방위(專守防衛)의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수방위는 일본이 공격받았을 때 필요한 최소 범위의 방위력만 행사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일본 정부는 또 유엔 평화유지활동(PKO)군이 공격을 받았을 때 무기 사용이나 외딴섬 등 회색지대(그레이존·자위대와 경찰 출동의 경계에 있는 지역)에 무장집단 상륙 등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자위대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개정하기로 했다.
◆여론 무시한 평화헌법 무력화
새로운 헌법 해석에 따라 일본의 안보 정책 자체가 기존 ‘전수방위’를 뛰어넘어 적극적인 무력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할 후속 입법 개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가 가을 임시 국회에 자위대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내 여론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에 불과했고 50% 정도가 반대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 등 시민단체는 “헌법 기본 원리에 관한 변경을 국민 의사도 묻지 않고 내각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은 헌법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아베 신조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헌법 해석의 기본 개념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며 아무때나 집단적 자위권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등 일본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에 이어 평화헌법 자체를 바꾸는 명문 개헌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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