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때 '쪽박' 만회
[ 김보라 기자 ] 2008년 금융위기의 역풍을 맞아 쓸쓸히 물러났던 ‘펀드업계의 전설’ 빌 밀러(64·사진)가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밀러는 115년 역사의 미국 투자운용사 레그메이슨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년 연속 연평균 수익률 15%를 달성했다. ‘레그메이슨 밸류트러스트’를 통한 그의 수익률이 S&P500지수의 연평균 수익률(3.67%)을 웃돌아 ‘S&P500을 누른 사나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그의 신화는 깨지고 말았다. 금융주에 투자를 늘렸다가 그해 손실률만 55%에 달했다. 투자자들이 대규모 환매에 나서면서 210억달러에 달했던 펀드 규모는 28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밀러는 결국 2012년 4월 레그메이슨 대표 펀드매니저에서 물러나 회장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밀러는 대표 펀드 운용에서 손을 뗐지만 독자 펀드를 운용하며 ‘와신상담’의 기회를 노렸다. WSJ는 “밀러 회장은 자기만의 투자 스타일을 고집했고, 금융위기 그림자가 걷히면서 다시 어마어마한 돈을 쓸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밀러 회장은 중소형 가치주에 투자하는 ‘오퍼튜니티 트러스트’를 통해 지난 3년간 누적수익률 97%를 달성했다. 2012년 뮤추얼업계 수익률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도 2위에 올랐다. 작년 수익률 역시 S&P500지수 상승률(32%)을 뛰어넘는 67%였다.
현재 많이 보유한 주식은 젠워스파이낸셜(4.2%), 델타항공(3.7%), 그루폰(3.6%), 넷플릭스(3.6%), 뱅크오브아메리카(3.1%), 유나이티드콘티넨털항공의 모기업인 UAL(2.9%), 주택 건설업체 풀티그룹(2.8%) 등이다.
밀러 회장은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뮤추얼 펀드 ‘밀러 인컴 오퍼튜니티 트러스트’를 론칭했다. 그는 인컴 펀드를 출시하면서 “자본시장이 가격을 잘못 매긴 투자자산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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