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오가던 영도조선소…2년8개월 만에 다시 망치소리

입력 2014-07-01 21:42  

현장 리포트 - 한진重 영도조선소 부활 '날갯짓'

노사 화합으로 조업물량 확보…터키 수주 벌크선 첫 공정 개시
현장직 80명 복귀 이어 내년 상반기 200여명도 투입



[ 김태현/이상은 기자 ]
1일 오전 부산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철판공장. “삐~” 하는 소리와 함께 10t이 넘는 CNC절단기가 바닥의 철판을 자동으로 잘라냈다. 18만t급 배 블록을 만들기 위한 첫 작업이다. 이상열 조선영업본부장은 “올해 총 13척의 건조 물량이 기다리고 있다”며 “7월 중순부터 절단한 철판을 다른 공정에서 용접하고 조립한 뒤 도크에 탑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판 공장뿐 아니라 작업장 곳곳에 활기가 넘쳤다. 생산라인에 투입할 장비 점검을 마쳤고, 블록 제작을 위한 설비도 제자리를 찾았다. 철판 야적장에는 선박 구조물을 만들기 위한 철판이 3~4단으로 쌓여 있었다. 철판을 실어나르는 차량도 분주히 오갔다.

◆2년8개월 만에 ‘망치질’ 시작

1937년 문을 연 ‘대한민국 1호 조선소’인 영도조선소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부산 조선업의 상징인 이 조선소는 2011년 11월 말 배를 인도한 이후 2년8개월간 배를 직접 만들지 않았다. 극심한 노사 갈등과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불황이 겹쳐 일감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 기간 영도에는 ‘희망버스’ 등 시위대만 줄기차게 오갔다. 다른 업체에 조선소 야드를 임시로 빌려주기만 했다.

이번 생산 재개는 지난해부터 노사가 협력해 적극적으로 수주 활동을 벌인 결과다. 영도조선소는 지난해 특수선을 포함해 총 15척을 수주했고, 올 들어서도 2척을 따냈다. 이날 건조를 시작한 배는 터키에서 작년 10월 수주한 벌크선 2척 중 하나다. 약 10개월간의 설계를 거쳐 건조에 나선 것이다. 또 다른 한 척도 내달 중 현장 작업을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2016년까지 일할 일감이 쌓여 있다. 김외욱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발주처에 호소문을 보내는 등 사측과 함께 수주 노력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생산라인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일감이 사라져 회사를 떠난 직원들도 속속 복귀하고 있다. 정철상 기업문화실장은 “휴직 중이던 현장직 80명이 돌아왔고 일감이 더 늘어나는 내년 상반기에는 나머지 200명도 현장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에도 일자리가 늘고 있다. 삼진산업의 김칠두 소장은 “2~3년 동안 일이 없어 직원들이 현장을 떠났는데 이날부터 25명이 철판 절단과 도장 작업을 시작했으며 다음주부터 주야간으로 일할 예정”이라며 “연말까지 20여명을 추가 투입해야 할 정도로 일감이 생겨 모처럼 살맛난다”고 했다.

이날 시장 취임식에 앞서 영도조선소를 찾은 서병수 부산시장은 “한진중공업이 그동안의 부진을 벗어나 활력을 되찾는 모습을 보니 부산의 미래가 보인다”며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옥 팔고 유상증자로 유동성 마련

한진중공업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도 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한진중공업은 서울 남영동 본사 사옥과 부산 연구개발(R&D)센터를 부동산 신탁회사에 판 뒤 건물을 빌려 쓰는 식으로 1497억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8월 중 2036억원의 유상증자도 예정돼 있으며, 약 4000억원짜리 서울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건물을 담보로 하는 자산 유동화 계획도 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그간 아예 수주를 하지 않아 다른 중형 조선사와 비교해 저가 수주 물량 등 부실 요인이 거의 없다”며 “올해 사옥 매각 등으로 현금을 마련하고 수익이 나는 수주를 계속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앞으로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서는 초대형 벌크·컨테이너선 등을, 영도조선소에서는 특수목적선과 중·소형 상선을 주로 만드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최성문 사장은 “영도조선소를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드는 곳으로 키워 조선 1번지의 명성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이상은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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