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 연세대 자퇴서 내던 심정으로…30년 월스트리트 생활 접고 한국행

입력 2014-07-01 22:21  

나의 도전 이 순간

금융메카 여의도를 등진 운용사…"장기투자 집중"…本社, 한적한 북촌으로



[ 조재길 기자 ]
“연세대 경제학과 2학년이던 1980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죠.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최선일까?”

20대 초반의 청년이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56·한국이름 이정복)은 당시 아주 힘든 결정을 내렸다. 별다른 계획도 없이 대학에 자퇴서를 낸 것.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뜯어말렸다. 괜스레 여유를 부릴 만큼 집안이 부유하지도 않은 데다, 졸업만 하면 알 만한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지만 그는 짜인 듯한 삶이 싫었다.

“공무원, 대기업 직원…. 남들이 다 정해놓은 삶을 산다는 게 너무 싫었어요. 무작정 학교를 그만둔 뒤 누나가 살고 있던 뉴욕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죠.”

미국 생활은 초반부터 만만치 않았다. 무작정 유명하다는 뉴욕대를 찾았다. 입학하고 싶다고 했더니, 전형기간이 막 끝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학교 측을 상대로 집요한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1년을 또 허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리 사장은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면서 끈질기게 설득했더니 학교에서 예외조항까지 찾아내 입학을 허락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또 생겼다. 등록금이 예상보다 훨씬 비쌌다. 일부 장학금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웠다. 낮에 공부하면서 밤마다 닥치는 대로 일했다. 대학 때 경험한 아르바이트만 해도 20가지가 넘는다고 했다.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회계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모든 일이 잘 풀렸다.

리 사장은 “젊을 때는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편안한 삶에 안주하면 거기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7년간의 회계사 일을 그만둔 뒤 펀드매니저로 변신했다. 월가에선 세계 최초의 한국 주식 투자상품인 ‘코리아펀드’를 직접 운용했다. 장하성 교수와 함께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선펀드’를 설립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리 사장이 자신의 삶을 크게 바꿀 만한 두 번째 도전에 나선 건 올해 초다. 30년간의 월가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내 대학에 자퇴서를 낼 때와 비슷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미국에선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었지만 더 늦기 전에 인생을 걸 만한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메리츠운용이 작은 회사지만 리더가 바뀌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한국 사회에 보여줄 겁니다.”

리 사장의 ‘실험’은 이미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본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한적한 북촌으로 옮겼다. 펀드매니저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데 독립적인 투자 의사 결정이 여의도에선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에선 인턴 사원도 사장실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대리→과장→부장→본부장→사장’으로 이어지는 보고 절차를 없앴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회식도 없다. 직원들이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변화는 펀드 수익률이다. 만년 꼴찌이던 이 회사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올해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연초 이후 4.05%로, 국내 평균(-0.99%)보다 훨씬 높다.

“무엇을 하든 익숙한 길을 가려고 고집하지 마라.” 리 사장이 직원들에게 항상 들려주는 얘기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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