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당신이 좋든, 싫든 게임은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p> <p>TV와 인터넷에서만 보던 논객 진중권 교수를 6월 22일 열린 '제 1회 대한민국 게임포럼'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미디어로서의 게임'이라는 주제로 약 30분간 강연을 진행했다. 진중권 교수가 워낙에 달변가라 그런지, 오랜만에 들은 강연이라 그런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30분이 금방 흘러갈 만큼 흥미로운 내용이었다.</p> <p>
자고로 맛있는 음식은 나눠먹어야 제 맛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주 레알겜톡에서는 진중권 교수가 말하는 '미디어로서의 게임',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p> <p>■ '진화의 정점에 서있는 것은 게이머'</p> <p>먼저 미디어로서의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타피직스(Pataphysics)'에 대해 알아야한다. 파타피직스란 '현실과 가상의 중첩'을 의미한다. 따라서 파타피지컬 월드는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 세계이며, 인간은 여기에 적응하며 파타피지컬한 종으로 진화하고 있다.</p> <p>메타포가 풍부한 소설을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들으면 서운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이제 가상과 실재가 분리되는 '메타포(진화된 상징의 의미, 비유)'에서 가상과 실재가 중첩되는 '파타포(pataphor)'로 바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p> <p>미국의 인기 드라마 '빅뱅이론'에서 쉘든과 레너드가 닌텐도 위(Wii) 활쏘기 게임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손가락만 까딱 움직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활을 쏘듯 몸을 움직여야한다. 레너드가 활시위를 당기려 하자, 쉘든은 '화살은?'이라 묻는다. 레너드는 결국 쉘든의 등쌀에 화살을 장착하는 시늉을 해야 했다. 쉘든은 심지어 '화살통이 비었네?'라며 화면에서 다 쏜 화살을 뽑는 동작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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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 쉘든과 레너드가 활쏘는 장면(위)-낚시게임 하는 장면 |
</p> <p>진중권 교수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을 실제처럼 대하는 혼돈의 세계에서, 진화의 정점에 서있는 것은 놀랍게도 '컴퓨터(비디오) 게이머'라 말한다. 그는 '가상에서 현실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다. 산업 사회가 '호모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을 원했다면, 정보사회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p> <p>하지만 하루종일 게임을 한다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엄마에게 '어머니, 저는 호모 루덴스입니다. 이 시대의 가장 진화한 '가상현실을 실제처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죠'라고 말한다면, 엄마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등짝 스매싱 스킬을 시전할 것이다. 이는 새로운 미디어를 이해하는 세대 간의 의식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p> <p>기자의 할아버지는 스마트폰을 구매한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주말만 되면 방문을 두드리며 '카카오톡을 어떻게 하는 거냐', '음악을 듣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매번 비슷한 질문을 한다. 기자는 그 때마다 '할아버지, 이거 지난번에 알려드렸잖아요. 그거랑 똑같아요'라고 매번 같은 대답을 하지만 소용이 없다. 어려운 약사 공부를 마친 할아버지지만, 스마트폰 앞에는 한없이 작아진다.</p> <p>반면, 한 지인은 기자에게 요즘 아이가 스마트폰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중고등학생쯤 됐겠거니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3살짜리 아기였다. '벌써 스마트폰을 할 줄 알아요?'라고 묻자, '그럼요! 몇 번 보더니 금방 따라해요. 게임도 혼자 켤 줄 알아요'라고 말했다.</p> <p>■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미디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p> <p>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매체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관전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마음대로 조작하려 한다. 따라서 사진과 영화가 이전의 시각 문화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화려한 그래픽과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 시각 문화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p> <p>진중권 교수는 '게임은 이제 그저 게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을 관통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벌써부터 현실 속에서 게임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디어로서의 게임은 사회적 소통 수단이 되어,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을 통한 이해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p> <p>아침 9시까지 출근을 한다고 가정할 때, 7시에 일어나서 30분 만에 샤워를 끝내고, 화장을 하고 8시에 집을 떠나 8시 20분 지하철을 타야 한다. 이는 게임 속 시간 제한 퀘스트로 빗대어 생각할 수도 있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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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게으른 남편에게 집안일을 돕게 하는 방법도 게임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진에서 부인은 남편에게 'No dinner, Mo' Problems'라는 난이도 '쉬움'의 퀘스트를 주었다. 남편은 ▲주차되어 있는 자가용을 찾고, ▲슈퍼마켓에서 8온스 폰티나 치즈를 사고, ▲애완용품점에서 50번 도그푸드를 입수하고,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자가용을 잘 세차하면 보상으로 경험치 70XP와 저녁밥을 얻고, 가슴도(!) 볼 수 있다.</p> <p>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높기만 하다. 진중권 교수는 '게임에 대한 불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플라톤의 대화편에 보면 토트신이 문자를 발명해 파라오 앞에 선다. 그는 파라오에게 문자의 사용을 권하나, 파라오는 이를 거부한다. 기억을 문자로 기록할 경우, 기억력이 나빠질까 우려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p> <p>이를 통해 새로운 매체에 대한 불신은 2500여 년 전에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문자에서 화형식까지 당한 만화로, '바보상자'라는 닉네임을 가진 TV로, 이제는 '4대악' 중 하나인 게임으로 넘어온 것뿐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SNS가 '인생의 낭비'라 불리며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p> <p>진중권 교수는 '게임을 불신하는 이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이 있다. 우리가 좋든 싫든 미디어로서의 게임은 21세기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고 말한다.</p> <p>이에 동의한다. 어쩌면 그의 강연이 흥미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듣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해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게이머를 새로운 시대에서 진화의 정점에 있는 인물로 평가하고, 게임을 사회적 편견 없이 보면서 위로를 건네기 때문이다. 콘텐츠나 산업으로서의 게임이 아닌 미디어로서의 게임도 충분히 매력적인 것 같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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