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금융산업 판도] 김정태 회장 '하나-외환銀 조기통합' 발언 왜 나왔나…수익성 악화 '심각'…빠른 통합만이 살길 '판단'

입력 2014-07-03 21:30  

작년 외환銀 순이익 3600억…지방은행 수준
합칠땐 연 3000억 경비절감…영업 효과 극대화



[ 박한신 기자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두 은행 모두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금융지주사나 은행에 비해 수익성 악화속도가 가파르다 보니 자칫하면 통합 효과를 내기도 전에 낙오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두 은행이 통합할 경우 규모의 효과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간 3000억원이 넘는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두 은행의 조기 통합을 통해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두 은행 체제’ 비효율성 부각

국내 7개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2011년 9조5000억원에서 2012년 5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엔 4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핵심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같은 기간 2.2%에서 1.73%로 낮아졌다.

이렇듯 수익성 악화는 은행들 전체의 문제다. 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이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9339억원으로 신한금융(1조9028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외환은행 순이익은 3600억원으로 지방은행인 부산은행(3070억원)을 간신히 앞섰다. 하나금융이 인수하기 직전인 2011년 외환은행의 순이익은 1조6220억원에 달했다. 2년 만에 77% 급감했다. 가만히 놔두면 조만간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비용 지출은 다른 은행보다 많은 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직원 1인당 비용을 2011년의 82% 수준으로 절감했다. 하나은행도 88%로 낮췄다. 반면 외환은행은 104%로 늘어났다.

은행 이익의 근간이 되는 ‘구조적 이익(이자이익+수수료이익-인건비 등 판매관리비)’의 감소속도도 빠르다. 2011년 상반기에 비해 지난해 하반기 하나은행은 31%, 외환은행은 40%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28% 줄어든 신한은행보다 감소폭이 크다.

◆통합 땐 비용절감 효과 커

이런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하나금융은 두 은행의 조기 통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합의했던 5년을 기다리기엔 현재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두 은행을 하나로 합칠 경우 전산 투자와 점포 중복 등 비효율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만 연간 3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하나금융은 보고 있다. 통합을 2년 앞당기면 1조여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기업고객에 강한 외환은행과 소매금융과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의 장점이 합쳐져 영업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통합한 인도네시아 법인이 대표적이다. 통합 전 현지 외환은행은 한국 기업 대출이 많아 항상 달러화가 모자라고 현지 통화인 루피아화는 남는 상황이었다.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 대출이 많은 하나은행은 정반대였다. 남는 루피아화를 연 6%인 인도네시아 국공채에 투자하던 외환은행은 통합 후 이를 연 12% 대출로 돌려 약 70억원의 추가 이익을 냈다. 통합 후 인도네시아 법인 총자산은 12.9%, 대출금은 19.9%, 예수금은 9.5% 증가했다. 올해 순이익은 4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을 봐도 인수합병 없이 커온 곳은 거의 없다”며 “이익이 현재 수준에 머무른다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재원이 부족해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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