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기 정치부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지난 3일 뜻밖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 후보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한 것인데요. 사실 기 전 부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박 시장이 2011년 재보선에 출마할 당시 캠프 비서실장을 맡았고 이후 정무수석, 정무부시장을 역임했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맹활약을 펼쳐 박 시장의 재선을 이끌었고요. 2기 서울시정에 참여하는 대신 재보선 출마로 방향을 틀어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 새정치연합 공천 신청을 했습니다. 오히려 서울 동작을에는 안 대표의 ‘입’으로 자리매김해왔던 금태섭 변호사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고 거의 공천 확정 소식만 기다리고 있던 터였습니다.
물론 2000년부터 동작을을 지켜왔지만 단 한번도 후보로 공천받지 못한 ‘비운의 토박이’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도 금 변호사를 염두에 두고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을 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해왔죠.
이런 상황에서 기 전 부시장의 전략공천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습니다. 당내에서는 이번 공천을 두고 ‘기동민 쇼크’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안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신진에게 기회를 줘서 새정치연합이 미래세력이란 걸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금 변호사 역시 정치 신인으로 볼 수 있고 오히려 인지도 측면에서는 기 전 부시장을 뛰어넘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실제 당내 시뮬레이션 결과 금 변호사가 상대 유력 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이기는 여론조사까지 나온 적이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안 대표는 왜 굳이 광주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던 기 전 부시장을 서울로 끌어올리는 상식 밖의 결정을 내렸을까요.
이는 기 전 부시장을 통해 박 시장을 이번 선거판에 이끌어내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광주는 현실적으로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인 만큼 굳이 기 전 부시장에게 공천을 줄 이유가 없죠. 기 전 부시장이 서울에 나오는 게 ‘박원순 후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카드라는 것입니다. 이미 이곳에 출마 선언을 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노 전 대표가 박 시장과 오랜 친분을 갖고 있거든요.
사실 서울 동작을은 노량진 대방 등으로 이뤄진 동작갑과 달리 사당 흑석 등 여권 지지 성향이 높은 동네로 구성돼 있어 야권으로서는 공략하기 쉽지 않은 지역입니다. 특히 인지도가 높은 노 전 대표와 함께 경쟁할 경우 당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는 셈이죠.
안 대표가 사실상 버리는 카드로 기 전 부시장을 공천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옵니다. 혹시 낙선하더라도 안 대표가 아닌 박 시장에게 책임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당 지도부의 지원을 사양한 채 독자 경쟁력으로 승부해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차기 대권을 놓고 경쟁 관계인 안 대표와 박 시장의 세력 다툼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 같은 정치 공학적 계산에 능한 김한길 공동대표가 먼저 틀을 짜고 안 대표가 최종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금 변호사와 14년째 공천에서 배제됐던 허 지역위원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정치의 비정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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