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그랜저 디젤 타봤더니 … "SUV급 파워에다 세단 정숙성 더해"

입력 2014-07-04 14:27  

수입 디젤차 정조준한 '그랜저 디젤'
꾸준한 가속력·가솔린 수준 정숙성 갖춰




[ 최유리 기자 ] 현대자동차가 또 한 번 수입차를 정조준했다. 국가 대표 준대형 세단 그랜저에 디젤 엔진을 얹어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수입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3040 세대'를 겨냥했다. 안락함과 중장년층에 초점을 뒀던 그랜저가 역동성으로 젊은층을 노린다니. 현대차의 복잡한 방정식이 어떤 답을 냈을지 궁금했다.

지난 2일 인천 송도에서 을왕리를 오가는 160km 구간에서 그랜저 디젤을 탔다. 시승 코스에는 송도 도심 서킷 2.5km 구간이 포함됐다.

초반 가속력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독일 디젤 세단처럼 가속 페달은 밟는 순간 몸을 끌어당기는 느낌은 없었다.

첫 맛은 밋밋했지만 일단 속도가 붙자 '디젤스러움'을 뽐냈다. 순식간에 속도계를 들어 올리더니 시속 200km에 도달해도 힘이 달리지 않았다.

이 차는 2.2ℓ 클린 디젤 엔진(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을 품었다. 싼타페, 맥스크루즈 등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적용했던 엔진을 기반으로 했다. SUV 특유의 힘을 세단에서도 누릴 수 있다.

가속에서 SUV 급 힘을 냈지만 정숙성에선 세단의 DNA를 잃지 않았다. 디젤임에도 소음과 진동을 확실하게 잡았다. 시속 160km를 넘어가면 엔진 소음과 풍절음이 들렸지만 동승자와 대화에 무리가 없다. 진동도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이사는 "디젤 모델이지만 그랜저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안정적 승차감을 그대로 살렸다" 며 "NVH(소음, 진동, 정숙성)를 대폭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곡선 구간에선 다소 불안함을 드러냈다. 송도 서킷의 180도 회전 구간에서 쏠림 현상이 느껴졌다.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고 코너 구간에 진입하면 언더스티어(차량이 바깥쪽으로 쏠리는 현상)가 일어났다.

연비도 아쉬운 부분. 그랜저 디젤의 복합 연비는 ℓ당 14km를 달리지만 실연비는 이에 못 미쳤다. 도심 구간에선 9km/ℓ 대에 머물렀다. 고속도로를 거친 후 최종 연비는 10.9km/ℓ를 기록했다. 경쟁 모델인 파사트 2.0 디젤(14.6km/ℓ)이나 BMW 320d(18.5km/ℓ)에 떨어진다. 100km 내외로 정속 주행한 차량은 15km/ℓ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비와 성능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그랜저 디젤은 디젤의 단점을 잘 가렸지만 장점을 부각시키진 못했다. 젊은 세대를 노리겠다고 내건 탓에 역동성과 경제성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3000만 원 대 가격을 고려하면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다. 디젤 모델 가격은 3254만~3494만 원.

송도(인천)=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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