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北核 문제 해결 근본적 입장차 못좁혀"
[ 전예진 기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으며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근본적인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중 공조에도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하겠지만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중국이 전술적으로 한국에 가까이 다가섰으나 아직 전략적으로 다가선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을 비난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시진핑 주석은 한·미가 요구해온 6자회담 재개의 조건을 완화하도록 모든 노력을 해달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시각에 근본적 변화가 있는지는 불투명하다”며 “작년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대북정책을 바꿔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한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핵화를 막겠다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문하고 있다”며 “중국은 그동안의 지도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관련해 위기를 조장하는 어떤 조치에도 결연히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 추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문제를 풀 비법을 찾지는 못할 것 같다”며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고 전쟁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중국의 전략적 평가가 바뀌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한·중 공동성명서를 통해 ‘한반도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패권 야심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는 “중국이 아시아의 재편을 강구하고 있고 자신이 주역임을 드러내는 데 힘을 쏟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한국은 한·미 동맹을 포기할 수 없지만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역내 동맹체제가 약화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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