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헌법에 부합하는 방위정책 추진해야"
北-日 관계는 급진전…동북아 정세 요동
[ 도병욱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4일 이틀간 회동에서는 대일(對日) 문제가 깊이 있게 논의됐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4일 브리핑에서 “전날 정상회담 공동 성명서에는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해 반영하지 않았지만 이틀에 걸쳐 일본 문제에 대해 많은 토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특히 이날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의 특별오찬에서 일본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훼손,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 독자적 대북제재 완화 등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의 ‘독주’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일본 과거사 왜곡 시도에 경고
우선 두 정상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 “여러 나라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자국 국민의 지지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정책을 지양하고, 평화헌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방위안보 정책을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납북자 문제 해결을 고리로 대북제재 해제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 핵 개발을 이유로 부과된 제재가 잘못 다뤄지면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북핵으로 인한 대북제재의 대오에서 일본이 이탈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공조 틀이 깨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전날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광복 70주년(중국식, 전승 70주년) 행사를 함께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 박 대통령은 “내년은 광복 7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라며 “이를 잘 기념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한국과 중국이 함께 광복 70주년 행사를 진행할 경우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즉답을 피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우리 정부는 자칫 미국을 자국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일본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성명에는 담지 않았지만 오찬이라는 비공식 자리를 빌려 중국과 대일공조를 확인했다. 한·중이 이렇게 대일공조를 이뤄내고, 북한과 일본이 밀착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는 일본을 지지함에 따라 동북아 정세는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중국의 AIIB 구상에 공감표시
이날 오찬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시 주석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인프라와 관련해 건설과 기술 자금 경험 등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며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참가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중국의 AIIB 설립 구상이 역내 경제 개발과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시도로 생각한다”며 중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AIIB 설립 관련, “양국 정부 간 양자협의와 다자간 실무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