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에 몰려드는 글로벌 머니

입력 2014-07-04 21:15   수정 2014-07-05 04:08

아프리카 인구 많고 年 6%대 고성장…美·유럽 기관투자가 잰걸음

칼라일 등 PEF·국부펀드, 은행·식음료에 중장기 베팅
종족 분쟁·인프라 열악…"불확실성 크다" 지적도



[ 김동윤 기자 ]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최근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프런티어 마켓(frontier market)’으로 분류되는 아프리카는 종족 간 무력 충돌이 빈발하고, 사회·경제적 인프라도 열악한 곳이다. 이런 아프리카 지역에 ‘안정적인 수익 추구’를 제1의 원칙으로 삼는 국부펀드가 투자를 늘리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고수익을 좇는 글로벌 자금이 앞다퉈 아프리카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종 위험 요인이 있지만 아프리카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아프리카가 신성장 동력”

오비맥주 투자로 대박을 낸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은 지난달 에티오피아 한 장미농장 지분을 인수하는 데 2억달러를 투자했다. PEF업계에서 KKR과 ‘쌍벽’을 이루는 미국의 칼라일그룹은 7억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펀드를 조성, 운용하고 있다. 칼라일은 이 펀드를 통해 탄자니아 농업 부문과 모잠비크의 물류 부문 등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까지 목표수익률보다 40%가량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즈의 전 은행장 밥 다이아몬드는 6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아 아프리카 펀드를 만들었다. 그는 이 펀드를 통해 보츠와나 르완다 짐바브웨 등에서 은행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FT는 “과거에는 일부 모험적인 투자자들이 아프리카 지역에 투자했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기관투자가도 아프리카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아프리카로 유입되는 자금들의 주요 투자처는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자금의 주요 투자 국가는 아프리카에서도 비교적 경제가 발전한 것으로 평가되는 케냐 나이지리아 등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콩고민주공화국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사회·경제 인프라는 취약하지만 인구가 많아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아프리카 지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꾸준히 늘면서 이 지역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2%에 그쳤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FDI 순유입액 비중은 올해 2.7%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3%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식음료·은행·보건의료 등에 장기투자

최근 아프리카 지역으로 유입되는 글로벌 자금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 등과 같이 비교적 단기간에 투자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금이다. 올초 유럽 지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지역 국채를 대거 매입했던 자금 일부가 아프리카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에게 아프리카 지역은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자연스럽게 위험 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PEF 운용사나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은 아프리카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는 자금이다. 아프리카 지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을 때도 매년 5~6%대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장기 투자자들은 은행 식음료 시멘트 소매 보건의료 등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식으로 차익을 실현한다. 아프리카PEF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지역에선 1000여건의 기업 인수합병(M&A)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중 상당수는 글로벌 PEF 운용사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전문가는 아프리카 지역은 여전히 각종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그러나 “최근 아프리카 에 투자하는 이들은 아프리카 시장의 위험 요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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