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수익률 10% 해외채권펀드 '불티'
주식직구는 ETF…달러로 단기투자
[ 조재길 / 황정수 / 김일규 기자 ] 서울 성북구에 사는 황모씨(65)는 4일 미화 10만달러를 은행에서 사들였다. “투자할 만큼 달러값이 충분히 떨어진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은 “환율이 달러당 1010원 밑으로 떨어져 달러가 싸지자 반등을 노리고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며 “환차익에는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점도 달러화 투자가 늘어난 요인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탈출하지 못하면서 ‘해외 상품’에 눈을 돌리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해외 채권형펀드, 유럽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올 들어 꾸준히 증가한 ‘해외 주식 직구(직접구매)족’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 17,000선을 넘어서는 등 해외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그러나 해외 상품이라고 무조건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해외 채권형펀드는 잘 팔리지만 주식평펀드에선 돈이 빠지고 있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3일 6조44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9.7% 급증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채권형펀드가 주식형펀드보다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투자 바람을 선도하는 것은 해외 채권형펀드와 유럽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이다. 특히 해외 채권형펀드는 연 수익률이 8~10% 정도인 하이일드(고위험) 채권을 중심으로 매달 수천억원씩 팔리고 있다. 해외 채권형펀드 수익률은 다른 유형의 펀드에 비해 훨씬 나은 편이다.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연 4.77%다. 국내주식형(0.49%) 국내채권형(2.39%) 해외주식형(0.09%) 등을 압도하고 있다.
유럽 증시에 간접 투자하는 ‘유로 ELS’ 발행액은 올 1월만 해도 1조원 안팎이었다. 그러다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선 후 매달 2조~3조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유로ELS는 유럽 우량주 50개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 움직임에 따라 최고 연 7~8%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상품이다. 좀더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원금이 보장되는 유로 ELB(주가연계사채)를 찾고 있다. 기대수익률이 ELS 대비 연 2~3%포인트 낮지만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홍콩 영국 등의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해외 직구족’도 크게 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주식 잔액은 3일 현재 45억4371만달러다. 작년 말(36억1153만달러) 대비 25.8% 증가했다.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구글 비자 등 누구나 알 만한 글로벌 우량주나 선진국 경기 회복의 혜택를 볼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주로 매매하고 있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고 판 주식은 미국 애플(1537억원)이다. 유럽 하이일드채권 ETF(1406억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모터스(992억원), S&P500 ETF(713억원) 등도 거래대금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의 투자 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 주가는 지난 1년간 60.2%, 테슬라모터스는 98.9% 상승했다. 류정아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은 “거액 자산가 중 일부는 양도소득세 22%만 내면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는 해외 직접투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권 PB센터에선 최근 들어 고객들의 달러화 매입 요청이 부쩍 늘었다. 환율이 많이 떨어지자 적게는 1만달러에서 100만달러까지 수시로 외화예금에 들고 있다. 외화예금 금리는 연 0.1% 수준에 불과하지만, 환율이 이미 충분히 낮아진 만큼 향후 상승폭이 더 클 것이란 포석에서다. 환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점도 부유층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예금은 지난달 말 기준 406억7000만달러로, 작년 말(359억달러) 대비 13.8% 늘어났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37.5원(3.6%) 하락했다.
조재길/황정수/김일규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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