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당 100만원'…7월부터 의무화된 기술력 평가 수수료 논란

입력 2014-07-06 21:42   수정 2014-07-07 03:39

은행 "3억원 이하 대출 땐 오히려 손해"

"수수료 내리든지 대출 업체가 부담해야" 은행들 주장
"기술있는 기업 육성 차원…비용 감수해야" 반론도



[ 박신영 기자 ] 정부가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만든 기술신용평가회사(TCB)가 은행들의 기술금융 활성화 노력을 오히려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해줄 때마다 TCB에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기술평가 수수료가 건당 100만원으로 너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감안하면 아무리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라도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주장이다.


○기술평가 때마다 100만원 내야

정부는 올해 초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TCB 설립을 세부 추진계획으로 제시했다. 금융회사들이 기술력을 평가할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기술금융을 적극적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이달 초 TCB가 출범했다. TCB는 대출을 신청한 기업과 개인에 대한 기술력 및 이와 관련된 신용 평가를 해주는 전문기관이다. 은행들의 출연금으로 운영된다.

은행들은 정책금융 자금이나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받은 대출을 해줄 때 TCB의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평가서를 참조해 대출 규모와 금리를 결정한다.

문제는 은행들이 TCB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고 인식하는 데 있다. 현재 책정된 기술평가 수수료는 건당 100만원이다. 기술평가의 난이도나 대출 규모에 관계없이 무조건 건당 100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대출 규모가 최소 3억원이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주장이다. 즉 수수료를 감안했을 때 3억원 미만의 기술금융을 취급하면 오히려 손해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저금리 기조로 대출마진도 계속해서 줄고 있는데 건당 100만원씩 수수료까지 내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차라리 은행 내부에 전문인력을 더 확보해서 대출해주면 별도 수수료를 안 내도 되니 수익성 측면에선 낫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적정 기술평가 수수료를 건당 20만~30만원으로 보고 있다.

○“기술금융은 정책 차원” 반론

기술평가 수수료를 왜 은행이 부담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술평가를 받는 주체가 돈을 빌리려는 기업이나 개인인 만큼 수수료 부담도 당연히 그들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금융 당국은 은행들에 “수수료 부담을 대출 금리에 전가하지 말라”는 단속까지 해둔 상태여서 은행이 고스란히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술금융의 도입 취지는 기술은 있으나 돈이 없는 창업 초기기업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런 기업에 수수료를 부담시키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기술금융은 일종의 정책금융인 만큼 은행들이 상업적 잣대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술평가 수수료는 시중은행들과 TCB가 합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수수료가 높다면 당사자끼리 합의해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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