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스페인 왕궁의 위엄 담긴 미술관…후안 미로의 초현실주의 판화…낯선 매력의 몬주익

입력 2014-07-07 07:01  

바르셀로나 기행 2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가장 낯선 느낌이 드는 동네는 카탈루니아 미술관이 있는 몬주익 언덕 지역이다. 일명 가우디 성당이라 불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카사밀라, 카사바트요 등의 가우디 건축을 돌아보며 구시가지를 헤매다가 이 지역으로 넘어오니 뭔가 혼란스러움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다.

특히 카탈루니아 국립미술관으로 올라가는 스페인 광장을 지날 때에는 광장 입구의 큰 두 개의 탑과 탁 트인 대로가 구시가지의 미로 같은 골목과 오버랩되면서 바르셀로나의 또다른 위용을 느끼게 한다.

네오바로크 양식과 카탈란 예술 만끽

몬주익 언덕 지구는 번화가인 구시가지와는 좀 떨어져 있기 때문에 꼭 챙겨 가는 1순위의 관광지는 아니다. 빡빡한 바르셀로나의 일정에서도 자주 포기하게 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역사와 문화가 궁금한 여행자라면 이 지역에 있는 카탈루니아 국립박물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랬다가는 이 엄청난 유산을 안 보고 넘어간 것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원래 스페인 왕의 왕궁이었던 카탈루니아 국립미술관은 네오바로크 양식이 아름다운 건축으로, 로마네스크 시대의 걸작들과 카탈란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다. 미술관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르셀로나 시내의 전망도 뛰어나 사람들은 난간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그 풍경을 응시하게 된다. 또 6월과 9월 사이에는 미술관 옆의 분수에서 음악과 어우러진 화려한 분수 쇼가 펼쳐진다. 야경과 함께 펼쳐지는 미술관의 분수쇼는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초현실주의자 후안 미로 미술관 이채

몬주익 언덕이 바르셀로나의 또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지역에만 5개가 넘는 큰 정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관광객과 차와 미로의 골목으로 가득 찬 시내에서 떨어져 나와 만나는 자연적이고 평화로운 정원들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미술관 옆쪽으로 정원으로 들어가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으니 길을 잃듯 그 속으로 들어가보시라. 조용하고 잘 꾸며진 정원에서 찰리 채플린과 카르멘 아마야(전설적인 플라멩코 무용수)의 청동 조각상도 만나게 될 것이다.

몬주익 언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군데의 명소는 후안 미로 미술관이다. 바르셀로나가 낳은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초현실주의자인 후안 미로의 작품을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장소. 건물 안은 온통 흰색과 투명한 유리들로 구성되어 선과 도형, 원색으로 구성된 미로의 작품들이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우리에게는 그의 조형 디자인 판화 같은 작품이 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미술관에는 그가 일생 동안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은 메트로 2호선이나 3호선의 파랄렐(parallel)역에서 내려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푸니큘라를 타고 종착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된다.

활기차고 관능적인 산초 지구의 야경

혼자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관광지 중에는 몬주익 언덕에서 멀지 않은 포블 에스파뇰이 있다. 한국으로 치면 민속촌 같은 곳이다. 스페인 각 지방의 대표 건축과 마을을 재현하거나 건물 몇 개를 옮겨다 놓았는데, 정말 스페인 전역을 잠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안달루시아에서 갈리시아 지방까지 한 공간에 축소시켜 놓은 각 지방의 길과 건축,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정교하게 들어서 있다. 각 지역의 장인이나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거나 작업실을 겸하고 있는 작은 상점들은 겉보기와는 달리 수준이 뛰어나서 급작스럽게 생긴 쇼핑 욕구도 참기 힘들다.

포블 에스파뇰 안에 있는 극장식 레스토랑에서는 플라멩코 춤 공연도 볼 수 있다. 사실 파랄렐 애비뉴에서 몬주익까지 이어지는 산츠 지구는 바르셀로나에서 첫 번째로 도시를 확장시킨 지역이다. 이 지구는많은 극장과 음악 바, 카바레 클럽 등이 몰려있어 한적하고 평화로운 낮의 분위기와는 달리 활기차고 관능적인 밤을 보낼 수 있다.

쌍둥이 형제 콜롬보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제메이(Xemei)에서는 그들의 고향인 베네치아 음식과 보헤미안스러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갈리시안의 등심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 에스카이론, 오래된 우산공장을 음식점으로 개조해 브라질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음식을 선보이는 클럽 53도 챙겨가볼 만하다. 또 슬로푸드 운동과 연계해 신선한 현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바 세코의 테라스에 앉아서 밤을 보내는 것도 좋다.

바세코
슬로푸드 운동과 연관된 레스토랑 겸 바. 현지 재료와 지속가능하게 생산한 재료를
사용하는 음식들로 메뉴를 꾸민다.

제메이
베네치아 출신의 쌍둥이 형제가 선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스카이론
갈리시안 지방의 스테이크와 고기 수프가 유명한 레스토랑.

라 페데리카
1970년대 빈티지한 분위기가 독특한 바.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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