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꽉막힌 애플…아이폰 수리 맡긴 후 취소했는데 고객 폰 반환거부

입력 2014-07-07 21:41  

애플 "정책상 不可…34만원 내고 리퍼폰 받아가라"

애플 폐쇄적 정책 고수에 불공정 신고 줄이어
소송 어떻게 될지 관심



[ 김보영 기자 ]
회사원 오원국 씨는 지난해 11월 애플코리아에 아이폰5 수리를 맡겼다. 배터리 기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배터리 잔량이 충분하다는 표시가 나오다가도 갑자기 순식간에 닳거나 아예 꺼졌다. 애플코리아 서비스센터에 연락하자 부분 수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답변이 왔다. 산 지 1년이 안 됐기 때문에 AS 기간이 남아 있었다. 오씨는 큰 걱정 없이 휴대폰을 서비스센터에 맡겼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약 1주일 뒤 서비스센터에서 수리가 어렵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본래 스마트폰을 찾아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리퍼폰(리퍼비시폰·초기 불량 제품의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해 내놓은 폰)을 34만원을 내고 찾아가라고 안내했다. 오씨는 그냥 수리를 맡겼던 자신의 아이폰5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애플은 거절했다. 자사 ‘정책’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었다.

◆소비자 나 몰라라 ‘정책’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휴대폰을 돌려받지 못한 오씨는 그동안 애플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횡령 혐의로 형사소송을 걸었다. 애플코리아는 법률대리인으로 대형 로펌 화우를 내세워 소송에 맞대응하고 있다.

애플의 ‘기묘한’ 소비자 정책에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의아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일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을 올리며 “애플코리아가 왜 이러는지 혹시 이유를 아는 분 계시면 좀 알려주십시오”라는 글을 게재했다. 뽐뿌 클리앙 등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 사건이 수차례 언급되며 애플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애플코리아는 이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애플이 근거로 내세우는 정책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보증 사유가 발생한 경우 애플이 취하는 조치’ 약관이다. 여기에 ‘제품이나 부품이 교환되거나 환불됐을 때, 모든 교환 제품과 부품은 고객의 소유가 되며, 교환된 제품이나 부품은 애플 소유가 된다’는 문장이 있다. 애플이 교환이나 환불을 위해 가져간 제품은 애플 소유가 된다는 뜻이다.

오씨는 “애플이 수리를 위해 가져간 제품이나 부품은 애플 소유가 아니라 고객 소유”라며 “무상수리에 무상교체도 아니고 유상수리인데 어떻게 애플 것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이번 사건은 애플의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 사례”라며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전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이번주 공정거래위원회에 애플의 수리정책 약관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불공정 약관 신고 잇달아

애플의 불공정 약관이 문제로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애플의 하드웨어 품질보증서 중 스크래치(흠집) 등 제품의 표면상 결함에 대해 품질보증을 해 주지 않는 부분과 하자로 교환해 준 제품의 품질보증 기간을 단축한 부분 등을 불공정 약관으로 보고 애플에 시정하도록 했다. 그전까지는 매장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구매하고 판매원 앞에서 개봉했을 때 제품에 긁힌 자국이 있어도 품질보증을 받지 못했다.

7일에는 애플과 구글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운영사업자의 이용약관 중 환불 불가 조항 등을 불공정 약관으로 보고 시정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앱을 사면 교환, 환불이 불가능했다. 공정위의 이번 시정조치로 환불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애플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자사 편의만을 고집하는 정책을 발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6월 애플 ‘세계 개발자 대회(WWDC) 2014’에서는 친구 초대와 크로스 프로모션(앱 내에서 다른 앱을 홍보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해 개발자들의 원성을 샀다. 한 국내 스타트업 개발자는 “앱 도달률이 낮아진 요즘 크로스 프로모션처럼 핵심적인 기능을 제한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독불장군’식 정책이 초기 성장에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점차 소비자들은 폐쇄성에 싫증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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