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17]맛있는 E3 쇼케이스 '인디케이드' 참가기

입력 2014-07-08 06:32   수정 2014-07-08 17:34

<p>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17. 박선용 IndieCade Showcase @E3 2014 참가기</p> <p>전세계적으로 인디 씬이 활성화되면서 크고 작은 인디 게임 공모전이나 페스티벌이 많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인정받는 공모전이 2개가 있는데 바로 IGF와 인디케이드(IndieCade)다. GDC 기간 중에 부스를 운영하고 시상식을 여는 IGF가 약간 긱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인디케이드(www.indiecade.com)는 매년 10월 LA 옆의 커버(Culver City)라는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의 느낌이 더 짙다고 볼 수 있다.

</p> <p>인디케이드의 경우, 가까운 LA에서 세계 최대의 게임 엑스포 E3가 열릴 때마다 'IndieCade Showcase @E3'라는 이름으로 인디 게임들을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한다.</p> <p>우리 팀이 이번 글로벌 게임 잼(Global Game Jam) 때 만들었던 '롱테이크'(Long Take)(http://www.indiecade.com/2014/e3_showcase/long-take/)라는 작품이 선정되어 쇼케이스에 참여하게 되었다.</p> <p>필자는 올해가 두 번째 E3 참여다. 지난해엔 전작 '6180 the moon'이 쇼케이스 작품으로 선정되어 LA에 왔었다. 그때 닌텐도와 만나 계약을 했다. 1년이 지나 올해 E3에선 새 작품을 들고 왔는데, 더불어 닌텐도에서는 6180 the moon의 닌텐도 Wii U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이전 게임의 콘솔 버전 트레일러와 새 게임을 동시에 소개하는 기회가 되어 감회가 남달랐다.</p> <p>2년 연속으로 E3 쇼케이스에 참가하는 노하우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그런 건 없다. 인디케이드는 매년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작품을 접수받는데, 5월 중순까지 접수된 작품들 중 수십 개의 게임들을 뽑아 쇼케이스 기회를 준다. 사무국에서는 일찍 낼수록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니, 참가를 생각하는 개발자가 있다면 참고하기 바란다.

인디케이드 쇼케이스 부스 모습. 터틀크림의 '롱테이크'(Long Take).
</p> <p>올해 E3 쇼케이스는 우리에게 지난해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유명한 개발사 스프리팍스(Spryfox)와 더블파인(Double Fine)의 게임 사이에 우리 부스가 있었던 것. 많은 미디어들이 스프리팍스의 신작을 보고, 우리를 건너뛰고(...) 바로 더블파인의 게임을 보러 가는 바람에 미디어들과 얘기를 많이 못한 감이 있었다.</p> <p>한편으로는 이들 부스가 북적 거리는 바람에 덩달아 우리 게임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어서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렇게 새우등 터지는 와중에 우리 게임을 플레이해본 사람들의 반응들이 좋아서, 올해도 잘 갔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p> <p>이제 행사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쇼케이스에 어떤 게임들이 전시 되었는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필자의 경우 3일 내내 우리 게임 앞에서 참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쇼케이스에 소개된 모든 게임들을 해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필자의 부스 주변에 전시되었던 흥미로운 게임들 몇 개만 직접 소개하려고 한다. 전체 쇼케이스 게임 목록은 http://www.indiecade.com/2014/e3_showcase/ 에서 볼 수 있다.</p> <p>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iknr7Xsz2p8(Paparazzi 영상 링크)</p> <p>'파파라치(Paparazzi)'는 2인용 게임이다. 한 사람은 건물들에 숨어 파파라치를 피해서 목적지 까지 가야하고, 다른 한사람은 파파라치가 되어 상대를 카메라에 최대한 많이 담아내야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쇼케이스 게임 중 가장 궁금했던 게 이 게임이었다.</p> <p>우리 게임 '롱테이크'도 '카메라'를 소재로 한 게임이라, 같은 소재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매우 궁금했다. 개발자들과 이야기해보니 그들도 우리 게임이 같은 이유로 제일 궁금했었다고 하더라! 웃으며 서로의 게임을 플레이 했다.</p> <p>해외에는 이렇게 두 명이서 로컬 플레이하거나, 4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함께 즐기는 파티 게임이 종종 눈에 띄곤 한다. 게임을 친구집 쇼파에 앉아서 함께 즐기는 서양과, 피씨방에서 각각 컴퓨터에 앉아 플레이하거나 집에서 각자 접속하여 게임을 즐기는 한국의 게임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p> <p>
http://youtu.be/sEwvMxBIOMg (Choice Chamber 영상 링크)</p> <p>'초이스 챔버(Choice Chamber)'는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Twitch)에서 방송하는 게임 자키들을 위한 게임이다. 게임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게임 안에 등장하는 무기들과 적, 플레이어의 점프 높이 등 게임의 모든 부분이 생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투표로 정해진다.</p> <p>이 게임의 개발자 미셸(Michael) 역시 지난해 '사운드다저(Soundodger)'라는 게임으로 인디케이드 쇼케이스에 참여했다. 올해는 게임의 특성 때문에 행사 기간 3일 내내 라이브 방송을 했다. 아마 올해 쇼케이스에 참여한 개발자들 중 가장 힘들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p> <p>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Zlr22mRY5h4 (CAVE! CAVE! DEUS VIDET 영상 링크)</p> <p>'CAVE! CAVE! DEUS VIDET'는 예술적인 스타일의 비주얼 노블이다. 본래 이 게임은 16세기에 활동한 독일의 화가 제롬 보슈(Jheronimus Bosch)라는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게임이다. 비주얼 노블이라는 장르 특성상 대사가 많은데 필자가 영어가 짧아 게임을 오래 플레이해보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예술적인 비주얼과 기계적인 내레이션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보슈의 그림을 피카소가 다시 그려서 게임을 만든 느낌이랄까. 이탈리아에서 온 개발자들은 한국 사람들도 비주얼 노블을 좋아하냐며,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해달라고 플라이어와 배지를 잔뜩 줬다.</p> <p>
http://youtu.be/DIG-bUIeL1c (Celestia 영상 링크)</p> <p>'셀레스티아(Celestia)'는 컨트롤러 없이 노래로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상황에 따라 입으로 직접 정확한 음정의 소리를 내야 하며, 이에 따라 공격해오는 미사일을 막기도 하고, 주변의 별들을 획득하기도 한다.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그리고 평소에 노래 좀 한다는 소리를 듣는 필자는 정말 즐겁게 즐겼는데, 음정에 약한 사람들에게는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단점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간단한 아이디어로 이렇게 아름다운 게임을 만들어낸 개발자가 멋져보였다.</p> <p>이런 행사에 다녀오면 '올해의 인디 게임 트렌드는 뭐냐' 라고 사람들이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사실 이런 쇼케이스에 전시된 게임들을 아우르는 트렌드 같은 건 없다. 여기에 소개한 게임들, 그리고 미처 소개하지 못한 게임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p> <p>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우 즐거운 쇼케이스였다. 멋진 게임들을 만든 멋진 개발자 친구들을 사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AAA 게임들을 만든 개발자들이 우리 게임을 해보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는 경험도 할 수 있었고. 비록 출장비가 비싸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 인디 개발자가 있다면 여러분도 행사 참여에 도전해보기 바란다.</p> <p>한경닷컴 게임톡 박선용 객원기자 sun@turtle-cream.com

■ 박선용은?
인디 게임 스튜디오 터틀 크림 대장으로 5년차 인디 개발자다. 팀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하면서 인디 게임 '슈거 큐브: 비터스위트 팩토리(Sugar Cube: Bittersweet Factory)'와 '6180 더 문(6180 the moon)'의 개발을 총괄했다.</p> <p>'작지만 유니크하라(Small but Unique'라는 모토 하에 '지금껏 보지 못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에 목매느라 정작 '재미'는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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