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때 증설·증원했다
공장 가동률 '반토막'
[ 안재광 기자 ] 인천 남동산업단지에 있는 세일전자의 안재화 사장은 요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이 회사의 공장 가동률이 작년 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갤럭시S4’ ‘갤럭시노트3’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지난해 불티나게 팔리자 수백억원을 들여 공장을 증설했는데 1년도 채 안 돼 상황이 급변했다.
안 사장은 “올해도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고 상장까지 준비했는데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토막 난 주문량
‘삼성전자의 초고속 성장’에 기대어 확대 경영을 해온 협력사들이 어려움에 빠졌다.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이 예상했던 것에 못 미치면서 △주문량 감소 △생산단가 하락 △주가 급락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부품 소재장비 등을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협력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뚝 떨어졌다. 부품 재고가 쌓인 탓이다. 여기에다 카메라모듈과 지문인식장치 등 핵심 부품은 삼성전자가 직접 생산하고, PCB나 터치패널 등 범용 부품은 중국 등 해외로 생산 주문이 빠져나가면서 거래 자체가 끊기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휴대폰 케이스 제조에 착수해 현재 월 500만개 정도를 만들고 있다. 카메라 모듈은 2012년부터 직접 제조하고 있다. 최근엔 갤럭시S5에 탑재하는 지문인식 장치도 자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품은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 업체로 거래처를 옮겨가고 있다. 예컨대 일본 연성PCB 업체인 멕트론이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터치패널은 중국산 비중이 30% 안팎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2분기 수익 급락
일감이 줄어들자 협력업체 간 납품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납품단가도 떨어졌다. 경기 용인에 있는 한 삼성전자 협력업체 재무팀장은 “공장 가동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납품 단가를 낮추다 보니 2분기 마진이 급락했다”며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 등 가전제품 부문에서도 납품단가 인하 압박이 크다. 박기홍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영업이익률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단가인하 압력이 3분기에도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수익이 악화되면서 주가도 최근 큰 폭으로 떨어졌다. PCB 납품업체인 대덕GDS와 인터플렉스, 발광다이오드(LED)백라이트유닛 생산업체인 루멘스, 터치스크린 패널 생산업체인 일진디스플레이 등의 주가가 최근 1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강소협력사’로 선정한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스마트폰용 터치스크린 모듈을 주로 만드는 멜파스는 지난 2분기 주가가 35%가량 떨어졌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 2분기 멜파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5%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는 곳까지 생겼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협력사 한 곳과 주식연계채권 발행을 논의하다 최근 중단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주가가 30%가량 떨어지는 바람에 투자자 모집이 힘들어진 탓이다.
○살기 위해 해외로…
일부 협력사들은 삼성전자 납품 비중을 낮추고 해외 거래처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에 LED 부품을 주로 납품하는 루멘스는 오슬람 필립스 등 외국 업체를 뚫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GE라이팅에는 조만간 납품을 시작할 예정이다. 세일전자는 중국과 유럽, 일본 등으로 거래처를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의 반도체 장비를 사다가 중국이나 대만 등에 판매하는 영업을 하는 김철수 디지로그테크 대표(세계한인벤처네트워크인 INKE 싱가포르 의장)는 “예전에는 잘 만나주지도 않던 삼성전자 협력사들이 이제는 먼저 찾아와 판매를 의뢰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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