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팬택…통신3사 출자전환 거부 땐 법정관리 불가피

입력 2014-07-08 21:03   수정 2014-07-09 04:34

팬택의 시련

채권단 "7월까지 설득 못하면 워크아웃 중단"
통신3사, 회생 가능성 낮아 출자전환 신중



[ 박종서 / 안정락 기자 ]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이 운명의 기로에 섰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1800억원의 출자전환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채권단은 8일까지 출자전환 여부에 대해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채권단은 일단 시한을 연장했다. 채권단은 구체적 시한을 정하지 않고 이달 말까지 통신사들을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통신사들의 출자전환 없이는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계획이어서 통신사들이 끝내 출자전환을 거부할 경우 팬택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중단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통신 3사에 ‘공’ 넘어가

팬택은 통신사들이 갖고 있는 1800억원어치의 채권 출자전환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사의 출자전환을 전제로 채권단이 3000억원의 출자전환 등 경영정상화 방안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만약 통신사가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면 채권단은 바로 워크아웃을 중단할 계획이다. 워크아웃이 종료되면 팬택은 그동안 채권은행들이 유예해줬던 대출금을 바로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법정관리 불가피론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팬택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대한 채무 2156억원을 포함해 채권단에 5236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 예상되는 운영자금 1000억~2600억원까지 감안하면 법정관리 신청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통신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 팬택이 독자 생존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팬택의 채무는 채권단 여신(5236억원)과 상거래 채무를 포함해 1조717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팬택의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출자전환을 했다간 계속해서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럴 경우 배임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상거래 채권을 미리 포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비상 걸린 휴대폰·통신업계

만약 팬택이 법정관리로 가면 국내 휴대폰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휴대폰 판매상들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팬택 회생을 돕기 위해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판매 장려금 일부를 출자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종천 KMDA 이사는 “과거 브이케이(VK), 스탠다드텔레콤 등 수많은 중소회사가 국내 휴대폰 시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만 남는 구조가 됐다”며 “판매자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죽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도 팬택의 법정관리행은 부담스럽다. 3위 업체인 팬택이 무너질 경우 가격 협상 주도권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팬택은 1991년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으로 시작해 휴대폰 사업으로 덩치를 키우며 2000년대 중반에는 매출 3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모토로라의 휴대폰인 ‘레이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팬택은 판매 부진과 재고 부담, 유동성 악화라는 삼중고에 빠졌다. 결국 팬택은 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1년 말 졸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해 지난 3월 두 번째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팬택은 치열한 휴대폰 시장 싸움에서 자금력 부족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중국의 저가 휴대폰 등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팬택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박종서/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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