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기자 레알겜톡] 실망한 손인춘 의원의 토론회

입력 2014-07-10 09:40   수정 2014-07-10 13:38

<p>7월 1일은 기자가 생애 처음으로 국회에 간 날이었다. 대학생 때 국회 도서관은 딱 한 번 가본 적 있지만, 기자생활을 하면서 1년이 넘도록 국회 토론회에 간 적은 없었다. 우연찮게 다른 일정과 겹친 탓도 있지만, 왠지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일부러 피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우연찮게 딱 토론회 시간만큼 일정이 붕 뜨게 되었고, 운명처럼 국회로 향하게 되었다.</p> <p>토론회는 손인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인터넷 게임중독 두 번째 토론회 '과도한 게임이용 문제, 올바른 진단과 기업의 역할'이란 주제 하에 진행되었다.</p> <p># 1-1 깨달음 하나, '그 많던 국회의원은 어디로 갔을까?'</p> <p>국회의원회관에 도착해 주민등록증을 내고 번호표를 받은 다음, 공항처럼 가방 검사까지 마치자 '내가 정말 국회에 오긴 했구나'라고 실감이 났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었다가 혹시 몰라 얌전한 원피스로 갈아입고 갔는데,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토론회가 시작할 시간이 되자 TV 뉴스에서나 보던 국회의원들이 하나 둘 등장했기 때문이다.</p> <p>하지만 이런 긴장감과 설렘은 두 번의 충격과 한 번의 깨달음으로 잊혀졌다. 먼저 새롭게 깨달은 것에 제목을 붙이자면 '그 많던 국회의원은 어디로 갔을까?' 정도다. 1부 개회식이 진행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앞쪽 내빈석 두 줄은 꽉 차 있었다.</p> <p>
하지만 참석자를 소개하고, 인사를 전한 다음 인증샷을 찍자마자 갑자기 텅 비어버렸다. 대학 시절 수업 시간에 출석 체크를 하고 몰래 뒷문으로 빠져나갔던 추억이 오버랩되었다. 당황해서 옆에 앉은 선배 기자에게 '원래 이런 거예요?'라고 슬쩍 물어보자, 당연한 걸 묻냐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p> <p># 1-2 충격 두 번, '임 병장은 게임중독', '오늘 굉장히 실망했다'</p> <p>이어진 두 번의 충격은 바로 황진하 국방위원장의 축사(祝辭) 아닌 축사와 손인춘 국회의원의 폐회사 때문이었다.</p> <p>
황진하 국방위원장은 '게임으로 인해 아이들은 학업에 제대로 정진하지 못하고, 고장이 나는 사람이 많다. 최근 강원도 22사단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의 임 병장도 고등학교 시절 게임 중독에 빠져 사회로부터 고립되었다. 자기만의 세계에 살고 있어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p> <p>워낙 기사 제목 달기를 어려워하는 기자에게는 뜻밖의 수확(?)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깜짝 놀랐다. 이어 '과도한 규제는 산업에 큰 피해를 입힌다. 게임 산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토론회에서 좋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마무리했지만,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p> <p>
마지막으로 손인춘 의원은 2부 발제 및 토론이 모두 끝나자 단상에 올라 '오늘 굉장히 실망했다'는 말로 폐회사를 시작했다. 특히 패널 중 몇 명을 호명하며 마치 선생님이 학생을 혼내듯 '연구 자금을 받아서..(이런 결과를)'라며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어느 관계자는 '강연을 20년 넘게 했는데, 끝난 후에 훈계를 들은 것은 처음이다'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p> <p>기억에 남는 문구를 몇 개 인용하자면, '청소년에 관련된 사건이 생겨서 왜 그랬냐 물어보면 '게임에서 보고 배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환경적으로 어렵고 부모가 관심이 없다는 말은 없었다', '게임 관련 규제가 나왔을 때, 글로벌 리더인 기업의 대표들은 아이들에게 도움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고 말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무조건 규제를 만든다며 죽어간다고 말한다' 등이 있었다.</p> <p># 토론회장 문 앞에 높인 커다란 화환</p> <p>토론회를 마치고 '토론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네이버에서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보니, 고교생을 위한 용어 사전에 '의견을 나누어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며 자기의 주장이 옳음을 밝혀 나가는 형식이다. 이때 의견은 객관적이고 사실적 의견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사회자, 찬성 토론자-반대 토론자, 판정인이 필요하다'고 정의했다.</p> <p>국회에서의 토론은 다른 정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위 정의에 따르면 기자가 경험한 7월 1일 토론회는 토론이라 보기 어렵다. 먼저 의견을 나누어 각자의 의견을 말한 것도 아니었고, 굳이 판정인을 따지자면 손인춘 의원 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이다.</p> <p>하지만 '실망스럽다. 답답하다'를 연발하는 손인춘 의원을 100%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토론회의 내용이 주제와 딱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주제는 '과도한 게임이용 문제, 올바른 진단과 기업의 역할'이었다.</p> <p>그렇다면 적어도 기업의 입장을 이야기하거나 게임업계에서는 올바른 진단을 위해서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내용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입장이라곤 토론회장 문 앞에 놓인 커다란 화환뿐이었고, 발제자와 토론자는 교수와 연구원으로 구성되었다.</p> <p># 게임은 조커가 아니다.</p> <p>
손인춘 의원은 '게임 산업을 망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떤 규제가 산업의 발전을 저해시키는지 정확히 알려주고, 정책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토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손 의원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답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게임은 나쁘지 않다'며 설득하려는 목소리만 나오니 답답할 수도 있다.</p> <p>수학 시험에서 '1 더하기 1은?' 문제가 나왔을 때, 답은 '2'로 적어야 한다. '야근'이나 '귀요미'로 적으면 틀린 답이다. 왜냐하면 수학시험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토론회인 만큼 심플하게 원하는 방향의 답을 제시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p> <p>또한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할 때는 게이머가 아닌 비게이머의 눈높이에 맞추듯, 토론회에서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는 것 같다.</p> <p>손 의원은 셧다운제에 대해 '(시간 제한은) 게임 중독의 기준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즉 게임을 하는 양에 따라 중독이냐 아니냐를 결정한다는 것.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게이머에 비해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인 업계가 명확한 이유를 바탕으로 납득 가능한 기준을 제시해야했다.</p> <p>더불어 토론회를 통해 확실하게 해두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게임은 조커가 아니라는 것. 황진하 국방위원장이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은 게임과 총기사건을 엮고, 손인춘 의원이 청소년 문제를 게임과 연관시켜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 게임은 마치 조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불리할 때 비장의 카드로 내놓는 카드 게임 속 '조커' 말이다.</p> <p>손인춘 의원은 '기업과 가정이 함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규제를 풀어가며 기업을 지원하고자 한다. 어떤 규제에 힘든지 다음에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어떤 방향으로 풀어가겠다고 이야기해준다면 조금 더 나은 토론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p> <p>기자 역시 다음에는 게임을 조커로 취급하지 않고, 하나의 문화와 산업으로 인정하는 조금 더 나아지고 실망스럽지 않은 통쾌한 토론회를 기대해본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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