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위기의 사모펀드](2)간판급 사모펀드들도 '개점 휴업',하반기 쏠림 우려

입력 2014-07-10 10:53  

MBK,스틱 세무조사로 위축
스카이레이크, IT 경기 악화에 '고민'
유니슨캐피탈 등 '늑장 펀드'로 상반기 투자 '제로'



이 기사는 07월09일(08:3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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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내환’. 요즘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현황을 압축해 표현한 말이다. 국세청이 역외펀드에 과세하겠다고 나서는 등 ‘정부 리스크’가 커지면서 ‘간판급’ 선수들조차 제대로 된 ‘펀치’를 날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에 투자가 저조했던 만큼 펀드 소진율을 높이기 위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M&A(인수·합병) 시장에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펀드 결성하는데만 1년 걸려
올 상반기에 토종 사모펀드들의 투자가 저조했던 이유 중 하나는 ‘늑장 펀드’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예컨데 작년 7월 국민연금 블라인드 펀드 위탁 운용사 선정을 위한 ‘뷰티 컨테스트’에서 선발된 유니슨캐피탈, 보고펀드, 루터어소시에잇 등이 지난달 초가 돼서야 펀드 결성 계약을 맺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자금을 받은 운용사들이 다른 출자자들의 돈을 매칭시켜 펀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작년 9월 중순 정책금융공사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KTB PE(작년 말 기준 8위, 1조2742억원) 등은 여태컷 매칭 펀드를 만드는데 애를 먹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상반기 투자가 뜸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회사인 MBK파트너스(6조3734억원)와 11위(9342억원)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신규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연기금 "토종 사모펀드 역량 부족하다"
2위인 KDB산업은행PE도 최근 1~2년 간 이렇다 할 투자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와 합쳐 통합 산업은행으로 출범하게 되면 존폐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는 정책적 목적으로 사모펀드 및 벤처 캐피탈에 자금을 공급하는 출자자(LP)”라며 “통합 산은 내부에 LP와 펀드 운용사(GP)가 공존하는 셈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만해도 내부 지침상 사모펀드 운용사 등 일체의 자회사를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은행PE는 내부 임직원의 잦은 이동이 결점이 돼 지난해 ‘펀드 레이징’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민은행, 정책금융공사, 행정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등 4곳의 위탁 운용사 선정에 뛰어들었지만 교직원공제회로부터 700억원을 받는데 그쳤다. 지난해 국민연금 등 국내 LP가 출자한 돈은 1조8000억원이었다. 산업은행PE와 함께 또 다른 금융권 사모펀드인 미래에셋PE(3위)와 신한PE(6위)는 지난해 신규 펀드 결성 시장에 아예 얼굴조차 내밀지 못했다.

IT 전문 사모펀드로 지난해 ‘펀드 레이징’을 휩쓸었던 스카이레이크(12위)는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를 겪는 등 최근 IT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보고펀드(4위)는 아이리버를 반값에 매각한데 이어 LG실트론 투자 실패로 사세가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펀드 운용 규모는 10위권 밖이지만 1호 펀드의 성공에 힘입어 국민연금이 선정한 최우수 운용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H&Q도 에스콰이아, 하나마이크론 등 2호 펀드에서 투자한 기업들의 실적이 저조해 애를 먹고 있다.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 중에선 IMM PE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일각에선 “뚜렷한 전략없이 매물이 나올 때마다 얼굴을 내민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펀드 소진을 하려는 사모펀드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온다면 모를까 다시 한번 자금 공급과잉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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