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윤 한경 잡앤스토리 기자) “올 2월 로스쿨 졸업 후 아직 취직을 못했는데 롯데에 꼭 합격하고 싶습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고려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K씨는 롯데백화점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채용’ 2차 면접 대기실에서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요즘 로스쿨 졸업자의 취업도 빈익빈 부익부”라면서 “이공계 전공자이면서 어학에 능통한 사람이 취업도 잘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인재들은 로펌에도 몇군데씩 합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 J씨는 빽빽하게 쓴 이력서를 읽으면서 면접을 대기하고 있었다. 변호사들이었지만 일반 대졸 신입 공채 면접장의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당산역 인근 롯데쇼핑 인재개발원 6층. 롯데백화점은 올해 처음으로 ‘법무법인 로스쿨 신규인력 공채’를 진행했다. 이번 채용의 특징은 기존 법무팀 이외의 윤리경영·공정거래·신규사업 등 실무부서에 배치된다는 점이다. 채용된 변호사들은 이들 부서에서 사내 윤리경영 강화와 대외 법률적 이슈를 사전에 예방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박완수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장은 “롯데는 각 부서별 로스쿨 변호사의 채용을 통해 세밀한 부분까지도 ‘정도경영’과 ‘클린 롯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합격자는 대리급 대우에 연봉 6000만원이날 2차 인성면접에 온 지원자는 15명. 이들은 지원자 80명 중 서류전형과 1차 실무면접(25명)을 통과한 변호사들이었다. 24일 3차 그룹면접을 통해 이달 말 최종 6명 내외를 선발할 예정이다. 최원석 롯데백화점 인사팀 매니저는 “최종 합격된 변호사의 대우는 대리급으로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연봉 6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경력자들도 있기에 입사 경력에 따라 연봉은 달리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의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4500만원선이다. 변호사 채용에서 인적성 시험은 별도로 없었다.
변호사 출신들의 입사경쟁률은 13대1로 올 상반기 대졸 공채 100대1에 비하면 훨씬 낮았다. 면접 대기 중인 지원자 L씨는 “변호사라는 전문가 채용이기에 경쟁률을 단순히 대졸 공채와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30대인 그는 “최근엔 나이 어린 변호사를 로펌과 기업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인성면접에 온 지원자들의 학교도 다양했다.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경희대,외국어대,충북대 등 다양한 로스쿨 출신들로 남자 5명, 여자 10명이 면접에 임했다. 로스쿨 출신들의 취업이 어려워서 그런지 결시자는 한 명도 없었다.
면접은 오전 10시부터 3인 1조로 30분간 진행되어 오후 1시가 넘어서 끝이났다. 1인당 6~7개의 질문과 10분 정도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면접비는 서울·수도권 거주자는 3만원 지방 거주자에게는 6만원이 지급됐다. 면접을 끝낸 한 지원자는 “날도 더운데 오랜만에 택시 타고 집에 가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의 법률적 판단’ 질문도 나와
면접 땐 어떤 질문들이 이어졌을까? 변호사 면접답게 주로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법적 의견을 묻는 질문들이 많았다.
면접을 보고 나온 P씨는 ‘세월호 사건을 두고 청해진그룹, 선원 그리고 국가 등의 책임소재에 대한 법률적 판단’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신치민 관재법무팀장은 “아직 진행중인 사건이기에 정답은 없지만 개인적인 법률적 소견과 건전한 판단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고 문제의도를 설명했다.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유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 문제를 낸 박현 인사팀장은 “개인의 종교적 자유와 국가적 공익의 충돌에서 편협되지 않는 사고로 균형 잡힌 판단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며 “대법 판결에 반대한다며 소수의견을 낸 어떤 변호사는 병역대체 직무를 국가가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간통죄에 대해 국가가 개입해 형벌로 다스릴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고 지원자들은 전했다.
이밖에 ‘롯데백화점의 최근 핫이슈는 무엇인가’ ‘제2롯데월드인 롯데월드몰을 어떻게 생각하나’ ‘유통업 관련 공정거래 이슈는 무엇인가’ 등 유통업을 하는 롯데에 대한 상식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괴팍한 상사가 있는데 그와 어떻게 협력해 일을 할 것인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를 왜 그만두고 이직을 하려는가’, ‘로펌보다 기업을 택한 이유는 뭔가’ 등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 상황판단과 개인적인 직업관을 묻는 질문도 쏟아졌다.
박완수 이사는 “회사는 조직이기에 현실감각과 조직적응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함께 더불어 일을 잘할 수 있는 인재가 평가기준이었다”고 말했다. 또 "법률적 지식을 갖춘 유통전문가로서 꿈을 키워나갔으면 한다"고 지원자들에게 조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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