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Taste
음악은 없고 메뉴는 한 가지뿐
[ 임현우 기자 ]
프렌치 레스토랑은 고급 요리의 상징이지만, 조금은 부담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중세 유럽풍 식당에서 고급 원목탁자에 앉아 캐비어나 푸아그라 같은 요리를 우아하게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 근처에 있는 ‘제로 콤플렉스(Zero Complex)’는 ‘어깨에 힘을 뺀’ 편안한 프렌치 레스토랑을 지향하는 곳이다.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온 이충후 셰프가 지난해 7월 초 문을 연 새내기 레스토랑이다. 20대 ‘훈남 셰프’가 만든 공간이어서일까. 인테리어부터 메뉴 구성까지 기존 프렌치 레스토랑과는 확연히 다른 개성을 드러낸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메탈 소재로 처리된 인테리어다. 테이블은 물론 식당의 모든 벽면이 메탈 소재로 돼 있다. 천장은 따로 마감 처리를 하지 않아 환풍구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전체적인 첫인상이 도회적이고 차가운 느낌이다. 음악도 나오지 않는다. 요리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될 만한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없애기 위한 것이란다.
제로 콤플렉스에선 메뉴판을 받아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7만원짜리 디너 코스 딱 하나만 판다. 코스를 구성하는 요리는 2주 단위로 교체된다. 자리에 앉으면 A4용지에 그날의 코스가 적혀 나오고, 이 셰프가 직접 나와 요리에 대해 설명해 준다.
재미난 것은 종이에 요리 이름은 없고 식재료만 적혀 있다는 것. 기자가 찾아간 지난 10일에는 달랑 다섯 줄이 쓰여 있었다. ‘아뮤즈’ ‘갑오징어 먹물 옥수수’ ‘대구 아스파라거스 바질’ ‘등심 양파 타이소스’ ‘사과 타피오카 코코넛’.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호기심을 유발하고, 이를 소재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셰프는 “태국 멕시코 등 각국에서 들여온 여러 식재료와 요소를 혼합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창의적인 프랑스 요리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프랑스에선 어깨에 힘을 빼고 부담 없이 즐기는 이런 레스토랑이 네오 비스트로(neo bistro)라는 새 장르로 떠올라 최고급 파인 다이닝(fine dining) 못지않게 활성화돼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모든 요리에서 셰프의 창의력이 묻어났다. ‘갑오징어 먹물 옥수수’의 정체는 옥수수를 먹물에 볶은 리조토에 살짝 훈제한 갑오징어를 얹은 것이었다. 쌀 대신 옥수수를 씹는 독특한 식감에, 구운 오징어의 고소한 향이 잘 어우러졌다. 대구 요리를 얇게 저민 샛노란 호박으로 덮고, 타피오카 디저트에는 절인 사과를 얹는 등 ‘보는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많았다.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통째로 빌려 회식을 하는 직장인도 많다고 한다. 9개 테이블에 최대 32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충후 오너 셰프 "식감·색·편안함, 세 가지 재료로 무한한 변주 가능"
“저는 평소 이렇게 입고 일하는데…. 그냥 이 모습을 찍으면 안 되나요?”
이충후 제로 콤플렉스 셰프(28·사진)는 사진을 찍기 위해 ‘셰프복’을 입을 수 있느냐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회색 면티셔츠에 앞치마만 두르고 손님을 맞는 것도 그에겐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이란다. 음식뿐 아니라 복장에서도 불필요한 격식보다 편안함과 자유분방함을 중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1986년생인 그는 국내 레스토랑 셰프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한다. 고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프랑스로 건너가 요리 공부를 했다. ‘르샤토브리앙’과 ‘르도팽’이라는 현지 레스토랑에서 6년간 일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7월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개점 초반에는 이곳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손님들의 항의도 적지 않게 받았다고 한다. “흔히 생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과 분위기가 다르고, 요리도 특이하니 낯설어하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아, 여긴 이런 매력이 있네’라고 생각해줄 줄 알았는데 ‘여긴 왜 이러냐’고 항의할 땐 많이 당황했었죠.”
20대에 창업한 그에겐 충분히 곤혹스러울 법한 일이다. 하지만 이곳의 매력을 알아본 이들 사이에서 ‘방배동의 핫 플레이스’로 평가받고, 단골이 꾸준히 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셰프는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편안함, 식감, 색깔’ 세 가지를 꼽았다. “똑같은 음식을 만들더라도 어떤 재료를 골라 얼마나 익히고 어떻게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변주를 줄 수 있어요. 저희는 일부러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려 하지 않아요. 다양함을 갖춘 자유분방한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점심에는 영업하지 않고, 1주일에 두 번 꼬박꼬박 문을 닫는다. ‘빨리 성공하려면 더 많이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하면 금세 지쳐서 안 돼요. 잠깐 하다가 그만둘 것도 아닌데, 제대로 해야죠.”
◆위치
서울 서초구 방배동 1의 138 플레이스원빌딩 2층 (02) 532-0876
◆메뉴
저녁 코스 7만원
◆영업시간
오후 6시 ~ 밤 12시30분(일·월요일 휴무)
글=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사진=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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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없고 메뉴는 한 가지뿐
[ 임현우 기자 ]
프렌치 레스토랑은 고급 요리의 상징이지만, 조금은 부담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중세 유럽풍 식당에서 고급 원목탁자에 앉아 캐비어나 푸아그라 같은 요리를 우아하게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 근처에 있는 ‘제로 콤플렉스(Zero Complex)’는 ‘어깨에 힘을 뺀’ 편안한 프렌치 레스토랑을 지향하는 곳이다.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온 이충후 셰프가 지난해 7월 초 문을 연 새내기 레스토랑이다. 20대 ‘훈남 셰프’가 만든 공간이어서일까. 인테리어부터 메뉴 구성까지 기존 프렌치 레스토랑과는 확연히 다른 개성을 드러낸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메탈 소재로 처리된 인테리어다. 테이블은 물론 식당의 모든 벽면이 메탈 소재로 돼 있다. 천장은 따로 마감 처리를 하지 않아 환풍구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전체적인 첫인상이 도회적이고 차가운 느낌이다. 음악도 나오지 않는다. 요리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될 만한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없애기 위한 것이란다.
제로 콤플렉스에선 메뉴판을 받아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7만원짜리 디너 코스 딱 하나만 판다. 코스를 구성하는 요리는 2주 단위로 교체된다. 자리에 앉으면 A4용지에 그날의 코스가 적혀 나오고, 이 셰프가 직접 나와 요리에 대해 설명해 준다.
재미난 것은 종이에 요리 이름은 없고 식재료만 적혀 있다는 것. 기자가 찾아간 지난 10일에는 달랑 다섯 줄이 쓰여 있었다. ‘아뮤즈’ ‘갑오징어 먹물 옥수수’ ‘대구 아스파라거스 바질’ ‘등심 양파 타이소스’ ‘사과 타피오카 코코넛’.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호기심을 유발하고, 이를 소재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셰프는 “태국 멕시코 등 각국에서 들여온 여러 식재료와 요소를 혼합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창의적인 프랑스 요리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프랑스에선 어깨에 힘을 빼고 부담 없이 즐기는 이런 레스토랑이 네오 비스트로(neo bistro)라는 새 장르로 떠올라 최고급 파인 다이닝(fine dining) 못지않게 활성화돼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모든 요리에서 셰프의 창의력이 묻어났다. ‘갑오징어 먹물 옥수수’의 정체는 옥수수를 먹물에 볶은 리조토에 살짝 훈제한 갑오징어를 얹은 것이었다. 쌀 대신 옥수수를 씹는 독특한 식감에, 구운 오징어의 고소한 향이 잘 어우러졌다. 대구 요리를 얇게 저민 샛노란 호박으로 덮고, 타피오카 디저트에는 절인 사과를 얹는 등 ‘보는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많았다.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통째로 빌려 회식을 하는 직장인도 많다고 한다. 9개 테이블에 최대 32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충후 오너 셰프 "식감·색·편안함, 세 가지 재료로 무한한 변주 가능"
“저는 평소 이렇게 입고 일하는데…. 그냥 이 모습을 찍으면 안 되나요?”
이충후 제로 콤플렉스 셰프(28·사진)는 사진을 찍기 위해 ‘셰프복’을 입을 수 있느냐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회색 면티셔츠에 앞치마만 두르고 손님을 맞는 것도 그에겐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이란다. 음식뿐 아니라 복장에서도 불필요한 격식보다 편안함과 자유분방함을 중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1986년생인 그는 국내 레스토랑 셰프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한다. 고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프랑스로 건너가 요리 공부를 했다. ‘르샤토브리앙’과 ‘르도팽’이라는 현지 레스토랑에서 6년간 일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7월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개점 초반에는 이곳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손님들의 항의도 적지 않게 받았다고 한다. “흔히 생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과 분위기가 다르고, 요리도 특이하니 낯설어하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아, 여긴 이런 매력이 있네’라고 생각해줄 줄 알았는데 ‘여긴 왜 이러냐’고 항의할 땐 많이 당황했었죠.”
20대에 창업한 그에겐 충분히 곤혹스러울 법한 일이다. 하지만 이곳의 매력을 알아본 이들 사이에서 ‘방배동의 핫 플레이스’로 평가받고, 단골이 꾸준히 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셰프는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편안함, 식감, 색깔’ 세 가지를 꼽았다. “똑같은 음식을 만들더라도 어떤 재료를 골라 얼마나 익히고 어떻게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변주를 줄 수 있어요. 저희는 일부러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려 하지 않아요. 다양함을 갖춘 자유분방한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점심에는 영업하지 않고, 1주일에 두 번 꼬박꼬박 문을 닫는다. ‘빨리 성공하려면 더 많이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하면 금세 지쳐서 안 돼요. 잠깐 하다가 그만둘 것도 아닌데, 제대로 해야죠.”
◆위치
서울 서초구 방배동 1의 138 플레이스원빌딩 2층 (02) 532-0876
◆메뉴
저녁 코스 7만원
◆영업시간
오후 6시 ~ 밤 12시30분(일·월요일 휴무)
글=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사진=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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