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3월 살해당한 송모 씨의 금전 출납 장부에서 공무원들의 실명이 나오면서 조심스레 예견됐지만, 현직 검사의 이름까지 적시된 것으로 드러나 수사당국의 칼끝이 살인사건과는 별개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 향할지 주목된다.
1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송씨는 2000년대 후반부터 지난 3월 살해되기 전까지 일별 금전거래 명세 등이 담긴 이른바 '매일 기록부'를 작성해 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송씨 장부에서 수도권의 한 검찰청에 근무 중인 A 부부장검사의 이름과 '200만원'이란 금액이 나란히 적힌 것을 확인했다.
A 검사의 이름이 적힌 날짜는 2005년 이후이며, 돈의 용도는 명기되지 않았다.
장부에는 김 의원 외에도 전·현직 시·구의원과 경찰·구청·세무·소방 공무원 등 수십명의 이름과 이들에 대한 금전 지출 내역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가 지역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검찰과 경찰 관계자까지 장부에 오른 것은 재산 형성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으로 각종 송사에 휘말렸던 송씨가 수사 무마 등 목적으로 수사 당국에까지 손을 뻗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A 검사는 2003∼2005년 송씨의 사업체 등을 관할지로 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시·구의원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똥이 여의도까지 번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검찰이 당장 정관계 로비 수사로 방향을 틀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이번 사건의 본류는 살인 및 살인교사"라고 선을 긋고 있는데다 장부에 이름이 적힌 것만으로는 수사에 착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액수가 크지 않다는 점도 정식 수사 착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A 검사가 설령 200만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소액이라 대가성으로 볼 여지가 작다는 것이다.
다른 공무원들 이름 옆에도 수십만원 안팎의 금액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돈이 건네졌더라도 특정 일 처리에 대한 대가성이라기보다는 관내 공무원들에 대한 관례적인 '떡값' 수준이고, 일부는 함께 식사한 비용일 수도 있다.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규명이 쉽지 않은 점도 검찰의 고민이다.
장부를 기록한 당사자가 이미 숨졌고, 이름이 적시된 당사자들이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할 경우 계좌 추적을 통해 입증이 되지 않는 한 수사 진척은 어렵다.
A 검사는 검찰에 "2005년 지인 소개로 송씨를 알게 돼 한두 번 만나 식사했고 그 후 몇 차례 통화한 적은 있지만, 금전거래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장부에 검찰과 경찰이 거론된 만큼 '제 식구 감싸기'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실관계 확인 작업은 거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일단락되면 거론된 조직 내 인사에 대해 감찰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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