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려니 숲길에서

입력 2014-07-13 20:57   수정 2014-07-14 05:21

'특별개방'이란 소식에 들떴던 발걸음
틀에 박힌 규제보다 편의 정보 제공해야

박병원 < 은행연합회장 bahk0924@yahoo.co.kr >



지난 6월 초 제주도 여행에서는 사려니 숲길을 찾았다. ‘성스러운 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숲길은 한라산 동쪽 기슭 1112번 비자림로의 남쪽, 1119번 서성로의 북쪽, 1131번 5·16 도로의 동쪽, 1118번 남조로의 서쪽으로 구성되는 사각형 안에 있는데, 네 도로 모두 입구가 있다. 보통 북쪽 입구나 동쪽 붉은오름 입구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서쪽의 성판악휴게소 입구나 남쪽의 사려니오름 입구가 평소 폐쇄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6월7일부터 21일까지 제주의 한 신문사가 이 비공개 부분을 개방하는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사려니 숲길의 가운데 있는 물찻오름도 이 기간에 개방한다는 것이다. 때는 6월8일, 천우신조에 물실호기다.

다만 일요일이라 교회를 가야 하는 집사람 때문에 오전에 일단 방주교회에 들렀다 점심을 먹고 동쪽 출입구인 붉은오름 쪽 입구로 들어갔는데 입구에 있는 플래카드에 물찻오름은 1시 이전 입구에 도착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돼 있었다. 완만하지만 4.8㎞를 30분 만에 갈 방법은 없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려니오름 길이라도 가볼 희망으로 월든 삼거리에 도착하니 이곳에서도 2시 이전에 도착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알았더라면 충분히 2시 전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몰랐기 때문에 삼나무 숲속에 펼쳐진 지금까지 본 중에 제일 크고 탐스러운 큰천남성 꽃들의 사진을 찍느라고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3시가 다 돼서야 도착한 것이다.

‘특별 개방’ 홍보를 하면서 입장시간 제한이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 안 되게 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제한 이유는 더구나 납득할 수가 없었다. 탐방객이 차를 세워놓은 곳까지 돌아가기가 쉽도록 남, 동, 북쪽 출구 간에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고, 남쪽 사려니오름 출구에서 마지막 버스가 5시에 있는데 월든 삼거리에서 남쪽 출구까지 10㎞를 걷는 데 거의 3시간이 걸리고, 사려니오름을 올라갈 경우에는 더 걸리기 때문에 2시 넘어 들어가서는 이 버스를 탈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눈물겨운 배려가 아닐 수 없으나 해가 오후 8시까지 있고, 온 국민이 콜택시를 부를 수 있는 휴대폰을 갖고 다니고, 택시는 너무 많아 승객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정보만 주면 충분할 텐데 규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박병원 < 은행연합회장 bahk0924@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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