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아파트 품귀…오피스텔은 올해만 2만가구 입주
동탄·송도 등 전세임대 늘면서 투자수익률 예전만 못해
[ 문혜정 기자 ]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새 오피스텔이 쏟아지면서 월세 중심이던 오피스텔 임대차 시장에 전세 물건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공실 장기화를 견디다 못한 상당수 오피스텔 주인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월세 세입자 구하기를 포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서 이달 초 입주를 시작한 ‘강남역 쉐르빌’(297실)과 ‘강남역 효성해링턴타워더퍼스트’(358실), 올초 준공된 ‘강남역 와이즈플레이스’(264실) 등에서 전세 매물이 크게 늘었다. 강남역 일대의 전용면적 23~30㎡(옛 10평대) 신축 오피스텔은 임차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5만원 선이었지만 최근 보증금 1억8000만~2억원의 전세로 나오고 있다. 서울 역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역 쉐르빌은 옛 16평형 분양가가 2억1000만원”이라며 “세금 중개수수료 등을 빼고 연간 수익률 5%를 맞추려면 월세를 100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집주인들이 기대수익을 낮춰 전세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137실 규모의 ‘강남역 푸르지오시티’도 오는 10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월세100만원 낼 사람 찾기 힘들어"…비워두느니 전세로
서울 강남역 인근뿐만이 아니다. 오피스텔 공급 물량이 많은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도 ‘전세 전환에 이은 수익률 하락’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행정구역상 강남구지만 송파구 가든파이브와 멀지 않은 자곡동에서는 올해 ‘강남 유탑유블레스’ ‘강남 더샵라르고’ ‘강남2차 푸르지오시티’ ‘강남 힐스테이트에코’ ‘강남 지웰홈스’ 등이 입주에 들어갔거나 올 하반기 입주를 준비 중이다. 송파구 문정동·방이동·잠실동 일대 기존 오피스텔과 경쟁할 수밖에 없어 전세 매물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판교·동탄 등도 전세 오피스텔
성남 판교와 수원 광교, 인천 송도, 화성 동탄1기 등 경기 주요 신도시에선 오피스텔 전세 물량이 더 많다.
수 익형부동산 컨설팅업체인 FR인베스트먼트가 이들 4개 신도시 24개 단지, 924호실을 대상으로 임대계약 현황을 조사한 결과 단지별로 전체 임대 매물 중 15~18%가 전세로 계약됐다. 면적이 넓거나 방 2개짜리 오피스텔 중에서 특히 전세가 많았다.
안 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위원은 “초소형 오피스텔은 월세가 40만~5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월세 세입자 찾기가 어렵지 않지만 면적이 큰 월세 80만~100만원짜리는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임대정보제공업체인 렌트라이프의 김혜현 대표도 “2011년 이후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공실률이 높아진 점, 소형 아파트의 전세매물이 귀해지면서 1~3인 가구의 대안 주거상품으로 오피스텔이 대두된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기에서 올해 2만실 입주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만 올해 2만여실의 오피스텔 입주물량이 쏟아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선 올 상반기 4759실에 이어 하반기 6409실의 오피스텔이 새 입주자를 맞는다. 경기 지역에선 상반기 3948실에 이어 하반기 6225실의 입주가 시작된다.
올 해 전국에서 준공되는 오피스텔은 4만4421실이며 이 중 절반가량(2만1341실)이 서울·경기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 새로 분양되는 오피스텔도 상반기 8777실에 이어 하반기 3605실에 달할 전망이다. 안 연구위원은 “경기 지역 신도시나 택지지구는 상업시설 인프라와 대중교통 수단 확충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변에 업무단지나 대기업 생산시설이 없으면 지역 수요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오피스텔 구입 때 월세가 아닌 전세로도 수익률을 맞춰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 S공인 김모 대표는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월세 수입을 전제로 투자 수익률을 계산하는데 최근 오피스텔 공급 물량이 늘면서 월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월세 전환율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연 이자율로, 전환율이 낮을수록 세입자 부담이 주는 반면 집주인의 수익률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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