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포르투갈發 유럽위기…한국내 외자 이탈로 악화되나

입력 2014-07-13 22:49  

'뱅크 런 도미노' 발생 여부 주목
'제2 포르투갈 사태' 수시 발생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포르투갈 은행의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사건을 계기로 유럽위기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앞으로 전개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유럽통합 역사를 간단히 살펴봐야 한다.

유럽통합은 두 갈래로 진전돼 왔다. 하나는 회원국 수를 늘리는 ‘확대(enlargement)’ 단계로 7개국에서 출발한 유럽연합(EU)은 28개국, 유로랜드도 11개국에서 18개국으로 늘어났다. 다른 한 길은 회원국 간 결속을 다지는 ‘심화(deepening)’ 단계로 유럽통화동맹(EMU), 유럽정치동맹(EPU), 유럽사회동맹(ESU) 수순을 밟을 예정이었다.

유럽통합처럼 국가 간 통합은 계획대로 진행돼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특정 단계에서 균열을 보이기 시작하면 성공했다고 평가되던 이전 단계도 그동안 잠복했던 한계가 노출되면서 위기가 발생한다. 3년 전 유럽 재정위기도 EPU가 주춤거리는 것을 계기로 EMU의 내부적 문제가 드러나면서 발생했다.

유럽위기가 제때 해결되지 못함에 따라 그 성격도 크게 변했다. 초기에는 그리스 재정문제에서 비롯됐으나 이제는 금융위기로 악화됐다. 이때 가장 우려되는 것이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다. 유럽은 통합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곧바로 인접국으로 전염되는 ‘뱅크 런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다. 이번 포르투갈은행 사태가 주목되는 점도 이 때문이다.

뱅크 런 도미노를 막지 못하면 위기 범위는 유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위기로 치닫는다. 대규모 예금 인출로 유럽 금융사들이 자금 부족에 시달리면 경제 여건이 좋은 국가에서 투자자산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유럽계 자금 이탈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뱅크 런 도미노를 막기 위해 한편으로 방어벽을 쌓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완충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방안이 논의돼 왔으나 과거 동유럽 위기를 맞아 서유럽 금융사가 포괄적 대출보증제도를 도입해 해결했던 ‘비엔나 이니셔티브(Vienna Initiative)’를 재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를 막는다 하더라도 포르투갈과 같은 경제 취약국의 처리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유로존 잔존을 고집해 왔던 독일이 경제 취약국의 탈퇴안에 대해 유럽위기 이후 계속 검토해 왔다는 점이다. 이 문제가 처리되지 않고서는 최후 보루 역할을 맡은 독일까지 전염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판단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포르투갈과 같은 경제 취약국의 처리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로존에서 탈퇴시키는 ‘포렉시트(Porexit=Portugal+Exit)’와, 다른 하나는 ‘P-유로(Portugal+Euro)’ 방안이다. 특히 P-유로는 외형상으로 포르투갈을 유로존에 잔존시키면서 독자적 경제운용권을 주는 방식이다.

이때 포르투갈은 유로존 경제수렴 조건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위기를 풀어갈 수 있고, 독일과 프랑스 등은 구제금융 부담을 덜 수 있는 ‘윈윈 방식’으로 포렉시트보다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등과 같은 남아 있는 경제 취약국도 이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 유럽통합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단일통화인 유로화도 이원적 운영체계가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체계는 유로화 도입 전 운영됐던 ‘유럽조정메커니즘(ERM·European Realignment Mechanism)’과 원리는 동일하다. 경제 핵심국은 경제수렴 조건을 보다 엄격(narrow band)하게 관리하고, 경제 취약국은 느슨(broad band)하게 운영되는 체제다. 엄격히 따지면 EMU의 퇴보다.

이 때문에 포르투갈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유럽통합의 기본 골격이 보완돼야 한다. 경제통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통화통합과 재정통합이 동시에 달성돼야 가능하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재정안정기구(EFSM·European Fiscal Stabilization Mechanism)’를 주무 부서로 유로화와 유로본드 간 ‘2원적 매트릭스’ 체제를 갖춰야 한다.

유럽위기가 발생한 것도 통화통합은 달성해 놓고 재정통합은 추후 과제로 남겨놓은 것이 원인이 됐다. 세금 부과에 따른 조세조항과 재정지출의 하방경직성을 감안하면 초기에 재정통합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여건이 안 좋은 국가부터 재정위기가 발생한다. 이때는 통화통합을 달성해 놓는 것이 오히려 화근이 돼 재정위기는 다른 회원국으로 확산된다.

유로본드 발행에 독일이 반발하고 있지만 과반수의 회원국이 찬성해 조만간 타협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간의 ‘메르콜랑드(Merkollande=Merkel+Hollande)’ 체제가 작동되느냐가 관건이다. 포르투갈 사태를 계기로 유럽위기 우려가 고개를 드는 것도 유럽통합이 갖고 있는 근본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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