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입찰 관심없다"…경영권 이어 소수지분 매각도 난항 전망

입력 2014-07-14 00:26  

10대 연기금·보험 CIO 설문

"상장 주식인데 프리미엄 얹어서 사기는 어려워"
국민연금은 이미 8% 보유…보험사도 위험관리 힘들어져



[ 좌동욱 기자 ] 국내 대형 연기금과 보험사들은 우리은행 소수 지분(26.97%) 투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권(지분 30%) 매각에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수 지분 매각 흥행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이 13일 국내 대형 연기금과 보험사 10곳(자산 기준)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은행 소수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곳은 하나도 없었다.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 등을 통한 투자 제안을 받으면 조건과 수익률을 따져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덧붙였지만 실제 속내는 투자가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A 연기금 CIO는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상장 주식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B 연기금 관계자도 “올 들어 연기금과 보험사들은 대체투자,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단일 은행 종목에 많은 자금을 배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소수 지분 입찰은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 순으로 매각 물량을 배정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소 입찰 규모는 0.5%로 시가 400억원 정도다.

C 연기금 CIO는 “국내 연기금과 보험사 중 단일 은행에 수백억~수천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국민연금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지만 이미 우리은행 지분 8.03%를 갖고 있어 추가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은행법상 국민연금이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소유할 수 있는 우리은행 지분은 10%다.

보험사들도 부정적이다. D 보험사 CIO는 “보험사는 특정 주식에 많은 자금을 투자할 경우 지급여력비율(RBC) 관리가 어려워진다”고 털어놨다. E 보험사 CIO는 “민영화가 되면 기업 가치가 개선되면서 주가가 오른다는 게 소수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근거인데 현 시점에서는 경영권을 팔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며 “최소한 경영권 매각이 무산되면 소수 지분 투자도 취소할 수 있는 옵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F 보험사 관계자는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제공하겠다는 ‘콜옵션’에 대해 “주가가 오른다는 가정 하에서만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며 “기관 투자가들은 주가 상승보다는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차단해 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등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은 은행업 진출을 위한 전 단계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우려했다.

금융위는 경영권 지분(30%) 입찰과 소수 지분(26.97%) 입찰을 동시에 추진하되 소수 지분 입찰은 연내 매각을 마무리하고 경영권 입찰은 내년 상반기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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