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
[ 강영연 기자 ] 산등성이에 늘어선 장미 밭에는 분홍 장미가 가득하다. 바람결에 전해지는 장미향을 맡으니 마음까지 달콤해진다. 오전 내 수확한 장미로 꽉 찬 가마니를 싣고 가는 트랙터엔 아빠와 함께 길을 나선 아이들의 웃음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가족의 일상이 여행자의 눈엔 아름다운 향이 더해진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터키 남서부에는 뜻밖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장미향 가득한 도시부터 바다 같이 거대한 호수, 산 속에 남겨진 고대도시의 흔적까지. 예상치 못한 절경들은 큰 감동으로 마음에 남았다. 거기에 세계 3대 음식의 나라로 손꼽히는 터키의 음식까지 더해진 여정은 축복 같은 길이다.
장미향 가득한 이스파르타
안탈리아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30분~2시간을 달리면 이스파르타에 도착한다. ‘장미의 도시’로 불리는 이스파르타는 세계 1위 장미오일 생산지다. 세계 공급량의 65%를 차지한다.
이스파르타 장미의 역사는 무역상이었던 이스마일 에펜디가 불가리아에서 지팡이에 장미 씨앗을 숨겨 온 18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청 뒤 광장에 남아 있는 그의 동상을 보면서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 선생이 떠올랐다.
주민들은 ‘로즈다마세나’라는 한 종류의 장미만 재배해 장미오일을 뽑아낸다. 장미오일은 고급 향수, 화장품 등의 필수 원료다. 장미오일을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은 향의 지속 정도가 다르다. 장미오일을 넣으면 10시간 이상 향이 지속된다고 한다. 이스파르타는 평균 고도가 해발 800m 이상인 산악지역으로, 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아 시원하다. 향이 진한 장미를 재배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날씨 덕분이다.
깊은 산속에서 만나는 고대도시
이스파르타 시내에서 동쪽으로 30~40분쯤 달리면 터키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인 에이르디르 호수를 만날 수 있다. 호수 면적은 517㎢. 여의도 면적의 61배나 돼 얼핏 보면 바다처럼 보인다. 물은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할 만큼 깨끗하다. 수영, 모터보트, 낚시 등은 제한된 구역에서만 가능하다.
호수 주변엔 병원이 많은데 특히 관절, 뼈와 관련된 분야의 병원과 요양원이 많다. 터키 서부지중해개발공사의 메흐메트 페흘리완 국제협력 부문장은 “날씨가 좋아 회복 속도가 빨라서 세계에서 환자들이 모여든다”고 설명했다.
안탈리아에서 북쪽으로 120㎞쯤 떨어진 도시 부르두르에 가면 고대국가 피시디아의 수도였던 사갈라소스가 있다. 해발 1700m의 하얀산(아크다으산) 등성에 포근히 안겨 있는 사갈라소스는 알렉산더 대왕 등 각국의 황제들이 모두 탐냈던 ‘요정의 도시’ ‘열정의 도시’였다. 지진에 안전하고 높은 곳에서 적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여서다.
1706년 프랑스인 탐험가 폴 루카스가 처음 발견했지만 1985년에야 중요성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발굴이 시작됐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아고라(시장), 냉·온탕을 모두 갖췄다는 공중 목욕탕, 개인 도서관, 대형 분수, 9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는 원형극장 등이 남아 있다.
케밥에서 아이란까지…음식 천국
터키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터키 음식은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일컬어진다. 가장 유명한 것은 구운 요리를 통칭하는 케밥이다. 다양한 케밥 가운데 꼭 맛봐야 하는 것은 양고기 케밥. 생후 1년 미만의 어린 양 고기로 만들어 냄새가 없고 부드럽다.
터키 여행 내내 감탄하는 것은 빵 맛이다. 비옥한 토지에서 풍부한 햇빛을 받으며 자란 밀로 만든 빵은 종류를 가릴 것 없이 담백하고 맛있다. 납작한 바게트 같이 생긴 에크멕, 납작한 피자 도우 모양의 피데, 깨를 뿌린 베이글 종류인 시미트 등이 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스파르타 지역을 찾았다면 장미잼, 체리잼 등을 곁들이면 더 좋다.
빵을 납작하게 구운 후 그 위에 갖은 재료로 토핑한 피데도 있다.
식사에 곁들이는 음료로는 아이란이 대표적이다. 요구르트에 소금을 살짝 쳐서 짭짤하고 고소하다. 허샤프도 유명하다. 건포도와 계피, 각종 허브를 넣은 음료로 한국의 수정과와 비슷한 맛이다. 고기와 함께 먹으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이스파르타까지 직항 항공편은 없다. 이스탄불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스탄불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주 5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터키항공은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주 11회 운항하고 있다. 약 12시간 소요. 이스탄불에서 이스파르타까지는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터키항공은 이스탄불~이스파르타 항공편을 매일 1회 운항한다.
안탈리아를 거쳐 가는 것도 방법이다. 안탈리아 공항에서 이스파르타까진 버스로 1시간 반가량 걸린다. 안탈리아~이스탄불 간에는 터키항공이 하루 12편가량을 운항하고 있다.
터키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디저트다. 먼저 젤리와 비슷한 ‘로쿰’이 있다. 선물로 로쿰을 살 생각이라면 견과류 등이 들어간 것이 좋다. 많이 달지 않고 고소해서 한국 사람들 입에 잘 맞는다. 시럽으로 반짝반짝 코팅된 ‘바클라바’도 한번쯤 도전해볼 만하다. 버터를 바른 얇은 밀가루 반죽 안에 피스타치오, 호두 등의 가루를 담아 시럽을 듬뿍 얹은 것인데, 쌉쌀한 차이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디저트에 단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할레비’라는 푸딩은 녹말과 쌀가루로만 만들어 담백하고 고소하다. 체리, 수박, 자두 등 다양한 과일도 신선하고 맛있다.
이스파르타·부르두르(터키)=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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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남서부에는 뜻밖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장미향 가득한 도시부터 바다 같이 거대한 호수, 산 속에 남겨진 고대도시의 흔적까지. 예상치 못한 절경들은 큰 감동으로 마음에 남았다. 거기에 세계 3대 음식의 나라로 손꼽히는 터키의 음식까지 더해진 여정은 축복 같은 길이다.
장미향 가득한 이스파르타
안탈리아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30분~2시간을 달리면 이스파르타에 도착한다. ‘장미의 도시’로 불리는 이스파르타는 세계 1위 장미오일 생산지다. 세계 공급량의 65%를 차지한다.
이스파르타 장미의 역사는 무역상이었던 이스마일 에펜디가 불가리아에서 지팡이에 장미 씨앗을 숨겨 온 18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청 뒤 광장에 남아 있는 그의 동상을 보면서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 선생이 떠올랐다.
주민들은 ‘로즈다마세나’라는 한 종류의 장미만 재배해 장미오일을 뽑아낸다. 장미오일은 고급 향수, 화장품 등의 필수 원료다. 장미오일을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은 향의 지속 정도가 다르다. 장미오일을 넣으면 10시간 이상 향이 지속된다고 한다. 이스파르타는 평균 고도가 해발 800m 이상인 산악지역으로, 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아 시원하다. 향이 진한 장미를 재배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날씨 덕분이다.
깊은 산속에서 만나는 고대도시
이스파르타 시내에서 동쪽으로 30~40분쯤 달리면 터키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인 에이르디르 호수를 만날 수 있다. 호수 면적은 517㎢. 여의도 면적의 61배나 돼 얼핏 보면 바다처럼 보인다. 물은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할 만큼 깨끗하다. 수영, 모터보트, 낚시 등은 제한된 구역에서만 가능하다.
호수 주변엔 병원이 많은데 특히 관절, 뼈와 관련된 분야의 병원과 요양원이 많다. 터키 서부지중해개발공사의 메흐메트 페흘리완 국제협력 부문장은 “날씨가 좋아 회복 속도가 빨라서 세계에서 환자들이 모여든다”고 설명했다.
안탈리아에서 북쪽으로 120㎞쯤 떨어진 도시 부르두르에 가면 고대국가 피시디아의 수도였던 사갈라소스가 있다. 해발 1700m의 하얀산(아크다으산) 등성에 포근히 안겨 있는 사갈라소스는 알렉산더 대왕 등 각국의 황제들이 모두 탐냈던 ‘요정의 도시’ ‘열정의 도시’였다. 지진에 안전하고 높은 곳에서 적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여서다.
1706년 프랑스인 탐험가 폴 루카스가 처음 발견했지만 1985년에야 중요성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발굴이 시작됐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아고라(시장), 냉·온탕을 모두 갖췄다는 공중 목욕탕, 개인 도서관, 대형 분수, 9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는 원형극장 등이 남아 있다.
케밥에서 아이란까지…음식 천국
터키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터키 음식은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일컬어진다. 가장 유명한 것은 구운 요리를 통칭하는 케밥이다. 다양한 케밥 가운데 꼭 맛봐야 하는 것은 양고기 케밥. 생후 1년 미만의 어린 양 고기로 만들어 냄새가 없고 부드럽다.
터키 여행 내내 감탄하는 것은 빵 맛이다. 비옥한 토지에서 풍부한 햇빛을 받으며 자란 밀로 만든 빵은 종류를 가릴 것 없이 담백하고 맛있다. 납작한 바게트 같이 생긴 에크멕, 납작한 피자 도우 모양의 피데, 깨를 뿌린 베이글 종류인 시미트 등이 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스파르타 지역을 찾았다면 장미잼, 체리잼 등을 곁들이면 더 좋다.
빵을 납작하게 구운 후 그 위에 갖은 재료로 토핑한 피데도 있다.
식사에 곁들이는 음료로는 아이란이 대표적이다. 요구르트에 소금을 살짝 쳐서 짭짤하고 고소하다. 허샤프도 유명하다. 건포도와 계피, 각종 허브를 넣은 음료로 한국의 수정과와 비슷한 맛이다. 고기와 함께 먹으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이스파르타까지 직항 항공편은 없다. 이스탄불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스탄불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주 5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터키항공은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주 11회 운항하고 있다. 약 12시간 소요. 이스탄불에서 이스파르타까지는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터키항공은 이스탄불~이스파르타 항공편을 매일 1회 운항한다.
안탈리아를 거쳐 가는 것도 방법이다. 안탈리아 공항에서 이스파르타까진 버스로 1시간 반가량 걸린다. 안탈리아~이스탄불 간에는 터키항공이 하루 12편가량을 운항하고 있다.
터키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디저트다. 먼저 젤리와 비슷한 ‘로쿰’이 있다. 선물로 로쿰을 살 생각이라면 견과류 등이 들어간 것이 좋다. 많이 달지 않고 고소해서 한국 사람들 입에 잘 맞는다. 시럽으로 반짝반짝 코팅된 ‘바클라바’도 한번쯤 도전해볼 만하다. 버터를 바른 얇은 밀가루 반죽 안에 피스타치오, 호두 등의 가루를 담아 시럽을 듬뿍 얹은 것인데, 쌉쌀한 차이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디저트에 단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할레비’라는 푸딩은 녹말과 쌀가루로만 만들어 담백하고 고소하다. 체리, 수박, 자두 등 다양한 과일도 신선하고 맛있다.
이스파르타·부르두르(터키)=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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