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자유롭게 소통하는 사내 문화로 유명하다. '비노(Vino)'는 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의 영어이름. 직원들은 사내 커뮤니티 수단인 '카카오 아지트'에서 수시로 '비노'를 찾고, 의견을 낸다. 김범수 의장은 '브라이언(Brian)', 이제범 공동대표는 제이비(JB)로 통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IT 기업들 사이에서 '수평적인 사내문화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직급 대신 영어이름을 쓰거나 '님' 또는 '매니저' 등으로 호칭을 통일하는 경우도 많다.
카카오와 합병한 다음커뮤니케이션에는 일찌감치 '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최세훈 다음 대표도 사내에서는 '세훈님'이라고 불린다. 다만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호칭을 통일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다음카카오에서는 영어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도 변화 조짐이다. 네이버 사내벤처인 '셀(Cell)' 일부 조직에서 '님' 문화가 통용되고 있는 것. 네이버가 본부와 셀 별로 자율성을 부여해 가능한 일이다.
네이버 측은 "연차나 병가, 휴가도 필요할 경우 조직장 결재 없이 자율적으로 신청하면 된다"며 "회사가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권한을 부여하니 직원들의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도전의식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톡톡 튀는 사내문화를 자랑한다. 모바일 게임 분석·운영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이브락스(5Rocks)는 직원들에게 '1 대 1' 만남을 장려한다. 경영진에게 수시로 '커피 타임'을 요청해 사담도 나눈다.
파이브락스에선 대부분 '님'을 호칭으로 쓴다. 국내 기업 최초로 구글에 매각돼 화제를 모았던 테터앤컴퍼니 출신들은 블로그 닉네임을 실제 호칭으로도 쓴다.
'꼬날(꼬마날라리 준말)'로 더 유명한 이미나 파이브락스 이사는 "모든 임직원들은 업무를 보고하는 형태가 아닌 서로 공유하는 형태로 한다" 며 "개인 일정이나 연차, 반차 또한 사내 캘린더에 올려 자율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호칭제도를 바꿨다가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기존 답습해 온 문화를 실제 수평적이고 창의적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에 다녔던 김모 대리는 "부장부터 사원까지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했지만, 사내에서 '야, 김 매니저야'라며 오히려 놀리는 경우가 있었다" 며 "실제 직원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KT는 5년 만에 '매니저' 제도를 폐지하고 직급제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KT 경영지원부문 인재경영실장 김원경 상무는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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