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편지 발송인'이 삼성전자를 노린다면…심상찮은 행동주의 투자자들

입력 2014-07-14 13:27   수정 2014-07-14 14:04

[ 권민경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 삼성전자에 주주이익환원 요구

삼성전자 주가가 '주주이익환원'을 강하게 외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로 인해 반응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소니의 경우 행동주의 투자자들 요구를 공식 거부했지만 이를 결정하는 3개월 동안 주가가 30% 넘게 상승한만큼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삼성전자 담는 외인, 성장보단 현금보유 주목

SK증권은 14일 '행동주의 투자자는 어떻게 삼성전자 주가를 움직이나'란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성장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단계에서 비중을 줄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매집하고 있고 이는 현금보유를 노린 행동주의 투자자들 매수가 유입된 것이어서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행동주의 투자자란 기업 분석을 통해 향후 기업 전망을 사고 파는 대신 지분을 확보해 직접 경영에 개입하는 이들을 말한다. 칼 아이칸, 대니얼 롭, 빌 애크먼, 데이비드 에인혼 등이 대표적이다.

이은택 연구원은 "최근 1년 간 코스피 전체 외국인 누적 매수 중 삼성전자 매수 비중은 40%에 달한다"며 "이는 삼성전자 실적 성장성을 바라본 매수라기 보다는 이 회사 현금보유를 염두에 둔 전략적인 매집"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현금보유는 지난해 기준 약 600억 달러(한화 61조920억 원)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기업은 보유한 현금으로 새로운 성장을 만들던지 주주이익환원에 써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현재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 외국인 주주를 중심으로 주주이익환원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는 상황이라는 것.

실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페리캐피털, 악트만에셋, 아티잔파트너 등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현금보유 분 일부를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막대한 현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배당금은 순이익의 7.2%에 그쳐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낮다고 비판했다.

번스타인리서치의 마크 뉴먼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가 약 250억 달러의 잉여 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말쯤에는 현금 보유액이 1000억 달러(약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 행동주의 투자자 움직이자 소니 주가 30% 껑충

헤지펀드리서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헤지펀드 자산 규모는 930억 달러에 달한다. 2008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은 애플, 소니, 펩시,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빌 애크먼은 캐나다 최대 제약사인 밸리언트와 손잡고 보톡스 제조사로 유명한 미국 앨러간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해 수익을 냈다.

앞서 칼 아이칸은 2005년부터 2006년 사이 KT&G와의 분쟁을 통해 1500억 원 가량 차익을 올려 국내 시장에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연구원은 국내와 비슷한 기업 문화를 가진 일본 소니 사례에 비춰 삼성전자를 전망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14일 소니 지분 6.5%를 가지고 있던 대니얼 롭은 소니 사장에게 서한을 보내 소니 엔터테인먼트 지분 20%를 주주에게 우선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8월 7일 소니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소니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분사 거부를 결의하며 대니얼 롭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중요한 건 대니얼 롭 분사 요구 이후 소니 주가가 약 35% 상승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같은 기간 닛케이225 상승율을 25% 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소니 예처럼 행동주의 투자자 요구를 상당 부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소니 주가에서 봤듯이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논란만으로도 상당폭의 주가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성장에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행동주의 투자자 움직임에 따른 주가반응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비중을 줄이진 말아야 한다는 게 이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성장성에 대한 고민을 고려해도 현재 삼성전자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은 나쁘지 않다"며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노키아가 몰락해 비관주의가 팽배했던 2011년 수준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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