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등 혼란 우려한 中정부, 여론 통제 위해 차단說
'자국 기업 보호하나' 의심도
[ 안정락 기자 ] 중국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카카오톡의 불통 현상이 2주 넘게 지속되고 있다. 미국 야후의 사진 공유 서비스 ‘플리커’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원드라이브’ 등도 같은 시기에 접속이 차단돼 중국 정부가 정치적 목적 등으로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들의 접속을 막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내 테러와 소요사태 등 혼란을 우려한 중국 당국의 차단 조치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업계 소식통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유혈사태 5주년(7월5일)을 전후해 테러 및 소요사태가 발생할 가능성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서방의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이뤄진 중국의 일시적인 통제 조치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이자 라인을 서비스하는 라인주식회사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등은 최근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암초를 만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서비스도 잇달아 차단
14일 라인주식회사와 카카오 등에 따르면 라인과 카카오톡은 지난 1일 밤부터 이날까지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라인은 메시지 송수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서비스가 차단됐고, 카카오톡은 기본적인 메시지 송수신은 가능하지만 프로필 변경, 게임 등 다른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라인주식회사와 카카오는 중국에서 메신저 불통 현상이 장기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차단한 것이라면 트위터 등 다른 글로벌 서비스들처럼 접속 차단이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라인주식회사와 카카오는 현재까지 네트워크나 서버 오류 등 자체적 기술 결함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주요 외신은 이번 사태를 놓고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적인 접속 차단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7일에는 페이스북의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인스타그램도 중국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삭제되는 등 잇달아 글로벌 서비스들이 중국에서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1일 일어난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 분석도
일각에서는 중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은 별다른 문제 없이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위챗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라인과 카카오톡에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견제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최근 라인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열풍을 타고 중국에서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국에서는 현재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등도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서비스 이용자가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정부가 이른바 ‘만리방화벽(만리장성+방화벽)’을 세워 접속을 차단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정치적 목적뿐만 아니라 자국 서비스를 키우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힌 서비스를 풀려면 중국에서 정식으로 현지 법인을 세우고 중국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 역시도 ‘안전판’은 아니다”며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도 비슷한 이유로 중국 시장에서 제대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담당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외교부와 함께 지난주부터 주중대사관을 통해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개입했다는 뚜렷한 정황이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들 메신저는 앱마켓에서 내려받아 이용하는 형태라 세계무역기구(WTO) 협약 대상이 아니어서 중국이 강제로 차단했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국제적으로 이슈화되면 오히려 한국 업체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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