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아젠다 명칭 정할 때 주의할 점

입력 2014-07-15 20:32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면서 '국가혁신'을 강조했다. 물론 새로운 아젠다는 아니다. 국가안전체계를 전면 정비하고 공직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며 강조해온 ‘국가개조’가 이름만 바뀐 것이다.

개조가 혁신으로 바뀐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 박 대통령이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정된 것이다. 당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국가개조가 일본 군국시대 용어로 권위적이고 하향식 어휘라며 국가혁신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제의했고 이를 박 대통령이 받아들였다.

물론 실천이 중요한 것이지, 명칭이야 어떻든 문제될 게 없다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가 아젠다라면 차원이 다르다. 청와대는 물론 정부 부처, 각급 공공기관, 지방 관공서까지 여파가 미친다. 당장 관련부서와 회의 명칭을 바꿀 수밖에 없고, 자칫 정책 실행과정에서 혼선을 빚을 수도 있다. 직간접적인 비용이 적지 않다.

특히 이번에 등장한 '국가혁신'이라는 용어는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 핵심 아젠다였다. 당시에 이 아젠다를 체험했던 공직자들 가운데는 혼란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노무현 정부 때 ‘혁신’은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다. 청와대에 혁신수석비서관이 생긴 것을 계기로, 각 부처는 물론 지방관청까지 혁신담당관실이 만들어졌다. 기관마다 혁신 보고대회가 이어졌고 장·차관들은 휴일에 모여 ‘개혁과 혁신은 뭐가 다른가’ 같은 것을 주제로 토론회까지 벌였다. 혁신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한 회의까지 열렸을 정도다. 이런 여파로 이명박 정부는 혁신이라는 단어 자체를 대부분 정부 문서에서 없앴다. 정부 행사 가운데 ‘혁신’이 들어간 것은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지원받기도 어려웠다. 혁신담당도 창의담당 등으로 다 바꿨다. 이런 혁신을 박근혜 정부가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국정 아젠다나 국정 과제의 명칭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갖는다.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원래대로 국가 개조로 할 것인지, 국가 혁신으로 할 것인지 명칭 문제를 빨리 정리하는 게 좋다. 물론 처음부터 공연한 논란과 혼란이 없도록 잘 정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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