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도 돈 내고 빌리는 카페 오시정 … "프리미엄 문화 공간 추구"

입력 2014-07-16 06:53   수정 2014-07-16 16:01


"죄송합니다. 이번 달 주말, 예약 모두 찼습니다."

카페 오시정은 연예인들이 사적 모임을 갖는 장소로 유명하다. 일부 매장에는 연말 연시가 되면 아예 매장을 통째로 빌리고 싶다는 대관 문의가 빗발친다.

수많은 커피전문점 가운데 오시정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독특함' 때문이다. 넓은 공간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대비를 이루는 묘한 분위기나 흔하지 않은 '홈메이드'식 메뉴는 오시정만의 강점이다.

지난 11일 서울 논현동 오시정 본사에서 만난 윤희정 대표(사진)는 "카페 오시정은 단순한 커피전문점 대신 프리미엄 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며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보다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에꼴 데 보자르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윤 대표는 유학 시절 경험한 프랑스식 카페 문화가 국내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대표 다른 커피전문점과 다른 오시정의 가능성에 주목, 2012년에 브랜드를 인수, 경영을 맡았다.

윤 대표는 "오시정은 기존 프랜차이즈들과 달리 스콘이나 스프 등 '홈메이드'를 기본으로 하는 메뉴들로 독특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 "매장 8개뿐이지만 각각 매력 달라 … 유명인들 개인 모임 장소 문의 많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시작한 오시정은 현재 아카데미를 겸하고 있는 논현동 본사와 가로수길점, 석촌호수점, 시청SFC점, 분당 백현점, 삼청점, 서래마을점, 신촌점 등 총 8개다.

대부분 매장은 내부 공간이 넓어 갤러리나 촬영 장소로 많이 사용된다. 서래마을점은 매달 새로운 작가들의 전시회를 매장에서 열고 있다.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린 삼청점은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룸메이트'의 촬영 장소로 방송을 탔다.


널따란 마당과 테라스를 가지고 있는 논현동 본점은 웨딩 사진이나 광고 촬영지로 섭외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매장을 통째로 빌려주는 대관 서비스는 연예인들도 자주 이용한다. 15인 기준 150만~20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홈메이드 음료와 음식을 제공한다.

윤 대표는 "각 매장 마다 지역이 다르고 특색이 있지만 공간 활용이 여유롭다는 게 공통점" 이라며 "매장 공간을 빽빽하게 채우는 것보다 일정 부분 비워두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빈 공간이 있어야 전시회든 촬영이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오시정 브랜드를 인수 후 2년 동안 윤 대표는 당장 매장 수를 늘리는 것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준비해왔다.

먼저 메뉴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바나나바질주스나 수삼주스, 단호박 수프, 토마토 스튜 등 홈메이드 방식의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직원들과 연구하고 매주 시식회를 갖고 있다.

윤 대표는 "여름 메뉴를 예로 들면 다른 커피전문점들에도 다 팔고 있는 빙수보다 과일화채 같은 색다른 방향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며 "정기 회의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신메뉴로 채택한다"고 설명했다.

메뉴 개발 땐 대표든 직원이든 따지지 않고 제품만 놓고 평가한다. 맛과 건강을 고려하면서도 조리법이 복잡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실제로 파프리카 음료는 윤 대표가 야심차게 제안했지만 향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보류되기도 했다.

◆ "마구잡이식 프랜차이즈 확대 경계 … 본사 수익모델 고려"

윤 대표가 신메뉴보다 더 신경을 쓴 부분은 따로 있다. 오시정의 현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일이다. 현재 커피전문점 시장과 오시정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윤 대표는 "마구잡이식으로 프랜차이즈를 늘릴 생각은 없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일변도만 고집해선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본사 로열티가 매장 매출 대비 1~2% 수준이어서 별도의 다른 수익모델이 필요했다.

브랜드 인수 후 2년 동안 매장 수를 크게 늘리지 않은 배경이다.

그는 "새로 브랜드를 인수해 신규 출점보다 기존 가맹점주들과 본사간 신뢰를 다시 쌓는 시간이 필요했고 운영 면에서도 기본 메뉴부터 점포 전략까지 경영 방침을 새롭게 세워야 했다"고 소개했다.

각 매장별 독특한 콘셉트와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유지하면서 본사 수익을 위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카페형 매장을 기본 방침으로 하되 테이크아웃점이나 프리미엄 카페형 매장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또 빵이나 잼 등 일부 메뉴를 유통 완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의 다양한 수익 사업도 계획했다.

실제로 윤 대표가 브랜드를 인수한 후 신규 출점한 신촌점은 기존 매장과 입지부터 달랐다. 신촌점은 현대백화점 내 자리잡았다. 기존 매장들이 테라스와 넓직한 공간을 기본으로 정통 카페를 추구했다면 신촌점은 쇼핑몰 내 유동인구를 타깃으로 삼았다.

카페형 매장은 주요 상권과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가맹점으로 운영을 하고, 테이크아웃을 위주로 하는 소규모 매장은 본사 직영으로 운영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매장 규모를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췄다. 대학생 등 젊은 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격 문턱을 낮췄다. 스콘과 바나나잼 같이 기본적으로 음료와 같이 제공했던 메뉴를 별도로 판매하는 식으로 전체적인 가격을 낮췄다. 품질은 유지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선택이었다.

윤 대표는 "그동안 한 가지였던 테라스 카페형 매장 방식 외에도 지역별 상권에 적합한 다양한 매장 운영 방식을 시도할 계획" 이라며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 모델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회사 비전에 대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안정적인 위상을 확보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을 늘리는 게 목표" 라며 "중장기적으로 서울 이외 지역에도 프리미엄카페를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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