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시진핑·올랑드·푸틴도 우리 공예품 갖고 있죠"

입력 2014-07-16 07:01  

나전칠기·옻칠공예 37년 청봉옻칠공방

전통에 현대를 입히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한국 알릴 공예소품 착안
옻칠 활용한 선물용품 대박

실용 공예로 지평 넓히다
원목으로 깎아 옻칠로 마무리
수저·주걱 등에도 디자인 접목
생활용품 시장으로 영토 확장



[ 김용준 기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마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

이들 세계 정상에겐 공통점이 있다. 청봉옻칠공방(대표 유철현)이 제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했거나 한국 정상이 해당 국가를 찾았을 때, 정부가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선물로 청봉옻칠공방의 작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전통과 현대의 틈을 메우다

청봉옻칠공방은 융합을 통해 만든 새로운 작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 공예품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벌어진 틈을 메우는 전략이 성과를 거둔 덕이다.

청봉옻칠공방은 37년째 한국의 대표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 옻칠공예를 이어오며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전통 공예 기법이 적용된 대표적인 제품이 과거에는 장롱이었다. 1970년대, 1980년대만 해도 한 집에 하나씩 자개장롱이 있었다. 하지만 주거 형태가 아파트로 변하면서 이들 제품을 점차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최근에는 대부분 붙박이장까지 설치돼 기존 전통가구들은 쓸모가 없게 됐다. 많은 전통공예 업체들이 사라진 이유다.

청봉옻칠공방도 변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발견한 시장이 공예소품 시장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에 해외교류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외국인에게 줄 기념품, 선물용품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한국의 전통을 가미한 기념품은 인사동 남대문시장 박물관 등에서 팔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제품이 없다고 유철현 대표는 판단했다.

청봉옻칠공방은 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옻칠을 활용한 정통기법으로 공예품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전문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자개를 이용한 나전칠기, 옻칠로 그림을 그리는 칠화, 건칠 기법 등을 다양하게 접목하고 기존 전통 디자인을 활용하거나 변형해 새롭게 응용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로 함과 찻잔, 삼베 위에 자개로 문양을 표현한 아트상품, 데스크세트 등이 나오게 됐고, 지금은 많은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해 기념선물로 선택하고 있다.

청봉옻칠공방과 브랜드 아리지안을 이끌고 있는 류지안 대표 디자이너는 “기존 제품과 다른 차별화된 디자인에 합리적 가격, 그리고 품격이 더해져 정부기관과 기업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적 디자인에 문양마다 스토리를 담고, 모든 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용품으로 영역을 확장하다

청봉옻칠공방은 최근 고급 공예품에서 생활용품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유철현 대표는 “공예의 중요한 가치는 실용성에 있는데 대부분의 공예품이 값이 비싸 관상용에 그치고 있다”며 “공예시장을 더 키우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서 청봉이 들고나온 모토가 ‘공예의 일상화’다.

숟가락, 젓가락, 티스푼, 밥주걱, 도마 등을 단단하고 결이 고운 원목을 깎아 옻칠로 마감했다. 나무로 만든 제품은 가볍고 음식의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는다. 환경호르몬 걱정도 없다. 최근 중국 베트남 등에서 수입한 나무 제품들이 들어오자 청봉은 차별화를 위해 제품 제작과정을 블로그에 올리고, 포장상자에 ‘Made in Korea’를 꼭 표기한다.

회사 관계자는 “나무 제품을 사용해본 분들은 계속 나무만 사용하기 때문에 재구매율이 높다”고 말했다. 또 이유식을 먹는 아기들은 치아를 위해 나무스푼을 쓰는 게 좋다는 사실이 알려져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도 많이 구매하고 있다.

또 청봉옻칠공방은 숟가락과 뚜껑 하나에도 디자인을 입힌다. 따뜻한 전통색과 트렌디하고 화사한 파스텔톤 색을 더한 컬러디자인을 주방용품에 접목시켰다. 자연친화적 소재인 나무를 사용하고 색깔이 예쁜 제품은 친환경, 웰빙에 더해 ‘생활용품도 패션’이라는 트렌드에 맞기 때문에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저 등 주방용품에 이어 청봉이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새롭게 출시한 제품이 ‘원목옻칠 밀폐옹기’다. 브랜드명은 아리지안. 숨쉬는 그릇인 옹기에 원목을 깎아 옻칠을 한 밀폐뚜껑을 결합해 옛날 마당에만 있던 장독대를 냉장고 안에 들어오게 했다. 겨울철 김장독을 땅에 묻었던 것처럼 음식의 발효 및 자연숙성을 도와주고 장기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화학성분이 전혀 없고 흙, 나무, 옻칠 등 천연재료로만 만든다는 것도 장점이다.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냉장고에 포갤 수 있도록 안정감있게 디자인했고 뚜껑 디자인은 버섯, 사과 모양으로 만들어 멋을 더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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