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정체·'셰일 혁명'도 한몫
[ 김은정 기자 ] 이라크 내전 등으로 중동정세가 불안하지만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세다. 이라크 사태가 아직은 원유 수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데다 최근 리비아가 원유 수출을 재개해 유가 상승 요인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늘면서 국제유가의 변동폭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99.01달러까지 떨어졌다. WTI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5월9일 99.99달러 이후 처음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8월물 가격도 이날 런던ICE선물시장에서 전날보다 96센트(0.9%) 내린 106.02달러에 마감, 지난 4월7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16일엔 WTI와 브렌트유 모두 소폭 상승해 WTI가 100달러, 브렌트유가 107달러 선에서 거래됐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라크 내전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데다 리비아의 원유 수출 재개로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유가가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원유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면서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에선 정부군과 수니파 반군 간 교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원유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부지역 유전과 수출항 운영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리비아는 지난주 1년 만에 원유 수출을 재개했다. 압둘라 알타니 리비아 임시 총리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정 불안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58만8000배럴로 한 주 동안 25%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셰일 혁명’이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걸 막아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정세가 수개월째 불안하지만 셰일 오일 개발이 미국의 석유 생산량 증가로 이어져 국제유가 변동폭을 축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랜 세월 모래와 진흙이 단단하게 굳은 퇴적암(셰일)층에 담겨 있는 원유를 의미하는 셰일 오일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내에선 셰일 오일 개발이 활발하다. 세계 셰일 오일 매장량은 약 2조5700만배럴로 추정된다. 미국이 이 중 1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9년엔 미국이 하루 500만배럴의 셰일 오일을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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