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담배회사 첫 여성 CEO…은퇴했다 5월 '구원투수' 복귀
레이놀즈, 로릴라드 인수 주도…시총 57조원 대형 담배회사로
[ 김보라 기자 ]
미국 2위 담배회사 레이놀즈아메리칸이 3위 로릴라드를 15일(현지시간) 27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로써 시가총액 560억달러(약 57조640억원)의 대형 담배회사가 탄생했다. 이번 합병은 흡연인구 감소로 수익원에 굶주렸던 담배업계가 전자담배 등에서 활로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레이놀즈는 일반 담배 ‘카멜’로 유명하고, 로릴라드는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40%를 점유한 ‘블루’를 판매 중이다. 합병 후 탄생할 회사 매출은 110억달러에 달해 ‘말보로’ 제조사인 업계 1위 알트리아를 바짝 따라잡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두 회사가 반독점법을 피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하는 등 총 4개 회사가 관여하게 됐다”며 “9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담배 시장이 거대한 지각변동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배업계 ‘여걸’ 캐머런이 주도
외신들은 이번 M&A를 주도한 담배업계의 여왕 수잔 캐머런 레이놀즈아메리칸 최고경영자(CEO·55·사진)에 주목하고 있다. 캐머런 CEO는 메이저 담배회사 최초의 여성 수장이다. 캐머런은 세계 2위 담배회사 영국 BAT 산하 브라운&윌리엄슨에서 20년간 일하다 2004년 레이놀즈 CEO 자리에 올랐다. 이후 레이놀즈의 브라운&윌리엄슨 인수전을 진두지휘해 레이놀즈아메리칸을 탄생시켰다.
지난해 CEO 은퇴를 선언한 그는 몇 달 만에 레이놀즈의 구원투수로 복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레이놀즈의 로릴라드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앞으로 담배업계의 합종연횡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흡연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전자담배의 인기는 오르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 흡연율은 1965년 43%에 달했으나 10년 전 21%, 현재는 18%(42만명)로 떨어졌다. 미 전자담배 소매판매는 약 5억달러로, 전체 담배시장의 0.5% 정도에 불과하지만 올해 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내 전자담배 ‘블루’의 1분기 매출은 5700만달러로 전분기 3900만달러보다 증가했다. 반면 일반 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9% 하락했다.
캐머런 CEO는 수년 전부터 입안에서 녹여 먹는 카멜스트립, 사탕 모양의 카멜오브, 작은 티백에 담긴 습식 무연담배 카멜스누스 등을 출시하며 대안 담배를 실험해왔다. 2009년 말에는 대형 담배회사 최초로 스웨덴의 금연보조제 생산업체를 인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WSJ는 “담배를 계속 변모시키고 담배 외 영역에도 과감히 진출했던 그가 합병 후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반독점법·FDA 규제 등 난관 많아
두 회사는 미국 정부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 조사를 거쳐야 하는 등 걸림돌이 남아 있다. 레이놀즈는 미 당국의 반독점 규제를 의식해 ‘쿨’ ‘살렘’ ‘윈스턴’ ‘매버릭’ 등 일부 자사 담배 브랜드와 로릴라드의 전자담배 블루를 영국 임피리얼 타바코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가격은 71억달러다. 임피리얼은 현재 미 담배시장 점유율이 3%에 불과하지만 레이놀즈로부터 담배 브랜드를 넘겨 받으면 점유율이 10%로 껑충 뛰게 된다. 레이놀즈의 대주주이자 세계 2위 담배회사인 영국 BAT도 레이놀즈 내 지분율 42%를 유지하기 위해 47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미 식품의약국(FDA) 규제도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FDA는 2009년부터 담배에 향 첨가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고 멘솔 담배도 곧 규제할 전망이다. 일반 담배 규제도 엄격해지고 있다. 이달 초 나온 백악관 예산안에 따르면 일반 담배에 부과되는 연방소비세가 94%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담배 매출은 2009년 의회가 담배 한 갑에 1.01달러로 세금을 두 배 이상 인상한 뒤 약 10% 감소했다. 한편 뉴욕시는 담배를 구매할 수 있는 법정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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