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성근 자진사퇴 후폭풍 차단 나섰다

입력 2014-07-17 10:47  

청와대는 17일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전날 자진사퇴 과정을 놓고 불거진 여러 논란들을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양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발표하기까지 청와대의 움직임과 박 대통령의 결정 과정을 이례적일 정도로 자세히 전했다.

민 대변인은 "정 후보자의 여러 일과 관련해서는 야당 지도부도 직간접적으로 (청와대에) 이야기를 해왔고, 여당 대표 및 새 지도부도 당의 분위기를 전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당의 여러 의원도 전화를 해왔고, 청문회를 담당했던 국회 교육문화위원들도 청문회 소감을 전달해왔다"며 "그런 폭넓은 의견 수렴이 있었고,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그런 것을 (김기춘) 비서실장이 다 듣고 대통령께서 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보고를 올린 결과"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여러 경로로 정치권의 여론을 수렴한 박 대통령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민 대변인은 하루 앞서 지명을 철회했던 김명수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비교할 때 부적격 후보 처리 방식이나 시점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청문회 등에서 나온 쟁점들을 보면 김 후보자는 여러 문제가 먼저 제기됐고, 정 후보자는 시차를 두고 (청문회가) 뒤에 열렸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전날 정 후보자의 사퇴 직후 공식적으로 아무런 배경 설명을 하지 않은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부정적인 여론을 무시하고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려 했지만 과거 사생활 의혹이 추가로 나오면서 16일 오전 부랴부랴 자진사퇴 쪽으로 급선회했고, 이것이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논란 확산을 적극 차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총리후보 2명이 연쇄 낙마하고 장관후보 2명까지 주저앉는 등 일련의 인사 문제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하루빨리 정상화시키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이 교체 대상이던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면직 처리한 것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장관이 면직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와대가 이를 발표하지 않고 해당 부처에서 이임식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관례였으나, 청와대는 서 장관과 유 장관에게 면직 통보를 했고 박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면직 안을 재가했다는 것까지 세세하게 알렸다.

이는 전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장관 4명이 취임한데 이어 이날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취임식을 하게 되면서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이 미완성 형태이기는 하지만 공식 출범하고 국가혁신 및 경제활성화를 위한 새 출발에 나선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다음 주 국무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인 점으로 미뤄 박 대통령이 어차피 교체될 장관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어색한 상황을 연출하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면직조치를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후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을 면직하고 차관 대행체제로 부처를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국정공백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경우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황우여 의원이 후보로 지명된 상황이어서 청문회를 마치고 임명이 되기까지 앞으로 한달 가까이 걸리고, 문화부는 아직 장관 후보 지명도 안된 상태여서 이보다 더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부의 경우 조현재 1차관이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직 응모를 위해 지난주 사표가 수리된 상황이어서 행정공백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문화부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준비해야 하는 주관부처라는 점에서 수뇌부 공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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